“닭강정 팔던 알바입니다. 제가 박쥐 같은 행동 한 건가요? 너무 억울해요” (추천 2000개)

2023-08-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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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알바생 처음 본다고 했는데...”
“고생해서 닭강정 튀기고 팔아놨더니...”

급여를 2배 이상 주는 동종업계로 이직한 한 남성이 전 가게 사장과의 마찰로 인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닭강정과 억울해하는 남성 (참고 사진) /뉴스1, mojo cp-shutterstock.com
시장에서 판매되는 닭강정과 억울해하는 남성 (참고 사진) /뉴스1, mojo cp-shutterstock.com

시장에서 닭강정을 만들고 판매했다는 누리꾼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제가 박쥐 같은 행동을 한 건가요? 억울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일장에서 닭강정 튀기고 판매하는 알바를 하게 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급 1만원에 교통비 1만원 해서 총 8만원짜리 알바였다.

돌아가면서 쉰다고 적혀 있었으나 쉴 시간 안 줬다. 점심시간도 따로 없고, 먹을 건 미숫가루랑 물뿐이었다.

사장님과 알바 3명 총 4명이 일한다고 했는데, 내가 일하는 날 알바생은 1명 밖에 없었다. 다른 1명이 당일 잠수탔다고 했다.

그래서 사장님이랑 총 3명이 일했다. 내가 판매 알바를 오래 하기도 했고 말을 좀 재밌게 하는 편이라 3시에 닭강정이 매진됐다.

다른 알바 말로는 항상 남아서 4시 20분부터는 떨이 가격으로 파는데 이렇게 매진된 거 처음 본다며 나보고 진짜 대단하다고 했다.

사장도 놀랐는지 나 같은 알바생 처음 본다며 앞으로도 계속 나와줄 수 있냐고 했다.

그래서 오래는 못하지만 몇 번은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사장이 일당으로 6만원만 주더라. 3시에 마감됐으니 6만원만 주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정규직이면 판매 수당이 따로 있겠지만, 나는 일용직 단기 알바니까 일한 시간만큼 계산해서 주는 게 맞는다고 했다.

5일 뒤 알바를 또 나갔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양을 많이 준비했다고 하셨는데도 한 시간 일찍 매진됐다.

사장은 싱글벙글 좋아하더니 7만원 줬다. 고생해서 닭강정 튀기고 팔아놨더니 7만원? 너무 짜증 났다.

집에 가는데 갑자기 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시장 안에 있는 다른 닭강정 가게 사장이었다. 저번부터 일하는 거 지켜봤는데 너무 잘하는 것 같다면서 얼마 받냐고 물어보더라.

말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너무 짜증 나서 다 얘기했다. 그랬더니 시급 1만5000원에 일찍 마쳐도 5시 수당까지 다 쳐준다더라. 또 식비랑 교통비 따로 챙겨서 하루 13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6만원과 13만원인데 당연히 두 번째 가게에서 일해야 하는 거 아니냐.

결국 일하던 곳 사장한테 다른 일자리 구했다고 다음 시장부터는 안 나간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느냐고 손해배상 청구 운운하더라. 난 일용직 알바한테 그런 게 어딨느냐고 반박했더니 더 이상 아무 말 안 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새로운 닭강정 가게에서 더 열심히 일했다.

사장이 양을 넉넉하게 준비해놔서 매진은 안 됐지만, 평소 판매량의 2배 가까이 팔았다고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나더러 복덩이라며 일당 15만원을 주셨다.

그렇게 15만원씩 받다가 3번째 일하던 날에 일이 터졌다.

6만원 준 전 사장이 찾아와서 날 박쥐 XX라고 비난했고, 사장들끼리도 싸우고 난리 났다. 내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하더라.

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열심히 일해줬는데 6만원 주는 사장이랑 15만원 주는 사장 둘 중에 누굴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손님들은 6만원 준 사장한테 너무하다고 했다.

그런데 전 사장은 끝까지 나더러 박쥐라고 했다. 회사에서 그러면 아무도 날 안 좋아야 할 거라며 악담을 하고 갔다.

나는 지쳐서 그냥 시장 알바를 관뒀다. 참고로 두 가게 사이는 거리가 꽤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을 더 주는 쪽으로 가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냐. 사장과 나 사이에 유대감이 있거나 오래 일한 사이라면 그깟 돈 몇 푼에 가게를 옮기진 않겠지만, 일용직 알바에게 그런 게 어디 있냐.

해당 사연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2000개에 육박하는 추천을 받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예상보다 빨리 물량이 매진됐으면 오히려 급여를 더 줘야지... 완전 노예 계약이네" "내 능력 인정받는 것도 대단한 거고, 내 능력 인정해주는 사람한테 가는 것도 대단한 거다. 대부분 자기 인정해주는 사람한테 잘 못 가더라고요. 정 때문에..." "보란 듯이 계속 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A씨의 편을 들었다.

home 방정훈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