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쓰면 싫어해서…“ 직원에게 허락 맡고 물 한 잔 숨죽여 마신 미화원 아주머니

2023-09-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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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원 “원래 근무 중엔 물 안 마시는데...”
누리꾼들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으로 살자”

한 미화원이 청소를 담당하는 회사의 직원에게 허락을 맡고 정수기 물을 마신 일화가 전해져 안타까움과 공분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건물을 청소하고 있는 미화원(좌)과 정수기 앞에 서 있는 회사원들 (참고 사진) / Peter Porrini·New Africa-shutterstock.com
건물을 청소하고 있는 미화원(좌)과 정수기 앞에 서 있는 회사원들 (참고 사진) / Peter Porrini·New Africa-shutterstock.com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탕비실 물 좀 마셔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려왔다. 여기엔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올린 글의 캡처본이 담겼다.

글쓴이 A씨는 "오늘 탕비실에서 커피 타고 있는데 건물 미화원분이 자기 물 한 잔만 종이컵으로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영문을 몰라서 당연히 된다고 컵을 꺼내드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화원분이 일하는 중에는 일부러 물 안 마시는데 오늘은 목이 너무 탄다고 하시더라. 근데 정수기 쓰면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어봤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A씨가 그 이유를 묻자 미화원은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미화원은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같이 정수기 쓰면 싫어하는 직원분들 많다. 종이컵 못 쓰게 하기도 하고, 청소하다 화장실 써도 싫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물을 마신 미화원분은 다시 청소하러 가셨다. 난 너무 서글퍼졌고 동시에 분노가 일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누구는 처음부터 금줄 잡고 태어났나.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청소 노동자는 일하는 중엔 목도 안 마르고 화장실도 안 가고 싶어지나"고 분노했다.

또 "결국 우리가 쓰는 공간들을 깨끗하게 해주는 그들 덕에 쾌적하게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데..."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으로 살자" "미화원분들 무시하고 깔보는 건 부모님을 무시하고 깔보는 거랑 비슷하다. 모든 어르신은 우리의 거름이 돼 주신 분들이다. 물론 X 같은 어른이 있기는 하지만요" "우리 미화원 아주머니도 커피 한 잔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더라. 뭔가 모르게 내가 미안했다" "회사는 직원들이 움직이는 공동체입니다. 사람들을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머리에 앉아 있다면 장담하건대 얼마 못 가서 나쁜 끝을 볼 겁니다" "미화원 아주머니가 사발면 들고 오셔서 '전기포트 망가졌는데 뜨거운 물 받아 가도 되냐고 물어보시는데 기분이 정말 묘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