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가 용팔이의 정점” 글 남겼다가 고소당한 20대 남성, '무죄' 받았다

2023-10-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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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로 고소 당한 20대 남성
“고의는 있으나 무죄” 판결 확정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에 '용팔이'라고 남겼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용준)가 모욕죄로 기소된 A(25·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MBC가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A 씨는 앞서 2021년 2월 한 전자기기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에 "40만 원??? 그냥 품절을 해 놓으시지", "이 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용팔이'는 '용산'과 '팔이(물건을 파는 사람을 낮게 부른 말)'를 합쳐 만든 말로, 부품값 담합, 협박 등을 일삼는 용산전자상가 내 악질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RATTA LAPNAN-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RATTA LAPNAN-Shutterstock.com

A 씨는 당시 해당 쇼핑몰에서 품절로 구하기 어려운 한 컴퓨터 메인보드 제품을 발견했다. 시세로 20만 원도 안 하는 제품이었으나, 해당 쇼핑몰에선 40만 원에 판매한다고 안내했고, A 씨는 폭리를 취하는 판매자에 반발해 쇼핑몰 Q&A(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제품을 보유하지 않은 채 미끼 글을 올렸다는 의심도 했다.

판매자는 A 씨의 글에 모멸감을 느껴 그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용팔이'란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이고, 피해자(판매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A 씨)은 피해자의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현을 전혀 쓰지 아니한 채 오로지 경멸적 표현만 사용 했다. 피고인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고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어진 2심에선 결과가 달라졌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글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 또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묻고 답하기'란은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구매하려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장으로서 상품에 대한 것이라면 그 표현의 자유는 비교적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게시글은 즉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상품의 판매가가 통상적인 판매가보다 매우 높고, 다수 다른 게시글에서도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판 의견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의 게시 횟수가 1회에 지나지 않은 점, '용팔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욕설이나 비방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그 표현도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해 정당행위로서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home 김혜민 기자 khm@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