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앞두고… 이태원 참사 유족이 고려대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이유)

2023-10-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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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모교에 2억 원 기부한 이태원 참사 유족
생전 딸이 모은 돈에 부의금 보태 마련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유족이 고인의 모교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생전 딸이 소망했던 일을 대신 이룬 것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모습 / 뉴스1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모습 / 뉴스1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사망한 고 신애진(생명과학부 17학번) 씨의 유족이 고인의 생일을 맞아 전날 학교 측에 장학기금 2억 원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기부금은 신 씨가 생전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사망 후 친구들이 낸 부의금, 유족이 일부를 더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총장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고 신애진 씨의 동생, 신 씨의 아버지, 김동원 고려대 총장, 신 씨의 어머니 / 연합뉴스-고려대학교 제공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총장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고 신애진 씨의 동생, 신 씨의 아버지, 김동원 고려대 총장, 신 씨의 어머니 / 연합뉴스-고려대학교 제공

학교 측에 이를 전달한 신 씨 아버지는 이날 한겨레를 통해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 버킷리스트(살면서 꼭 한 번쯤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한 목록)라면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이 있더라"라며 "그 뜻을 따라 고려대에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딸이 일하며 모아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딸의 장례식에) 1000명 넘는 친구들이 와줬다. 그 친구들이 낸 부의금은 저희 돈이 아니지 않나(생각했다)"라며 "항상 꿈꾸고 도전했던 딸의 마음이 모교와 후배들에게 잘 전달돼 좋은 곳에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적은 돈이지만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대신 자신이 계획한 일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전달했다. 아이의 기부금을 대신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학교 측은 신 씨 유족이 전한 장학기금을 고인이 나온 생명과학과 학부생 2명과 고인이 복수전공을 하며 활동했던 경영학과 학회(경영전략학회· MCC) 소속 학생 1명을 지원하는 데 쓸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김동원 총장은 "신 교우와 부모님의 숭고한 뜻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대의 모든 구성원이 신 교우의 귀한 마음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장학기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오는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주기 시민 추모대회를 연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