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피 흘리며 20분 늦게 배달 온 기사에게 여성 고객의 첫 마디 “치킨 상태는요?”

2023-10-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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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치킨은 가져가시고 2만원만 달라”
누리꾼 “사람보다 치킨부터 걱정하다니”

양념치킨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양념치킨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오토바이 전복 사고로 부상을 입어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치킨 배달 온 배달 기사에게 치킨 걱정부터 하고 보상까지 요구한 야박녀가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았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치킨 배달 중 넘어졌을 때 환불 관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난 15일 배달 앱으로 양념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배달 예정 시간인 4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며 "1시간 조금 지난 후에야 배달 기사가 왔는데 다리를 절뚝거리시길래 살펴보니 무릎 부분의 옷이 찢겨 있고 피가 묻어있더라"고 사연을 꺼냈다.

그는 "기사 분께 '무슨 일이 있으셨나'고 물으니 '배달 오다가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져 배달이 좀 늦어졌다. 죄송하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치킨 상태는 어떤가요'라고 물었다"고 했다.

배달 기사는 "치킨이 상자 속에서 흔들려 좀 지저분할 거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배달도 너무 늦게 와서 치킨도 다 식었을 테고 양념도 다 상자에 묻어있을 테니 치킨은 그냥 기사님이 가지시고 제게 2만원만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배달 기사는 "지금 가진 현금이 5000원 정도밖에 없다"며 2~3일 내로 A씨 집에 들러 나머지를 주겠다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A씨는 "그때 내가 집에 있다는 보장도 없고 해서 기사님에게 제 계좌번호를 알려드리고 송금하도록 했다"며 "기사님이 동의하고 치킨을 들고 가셨고, 나는 다른 가게에서 다시 치킨을 주문해 먹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배달 오토바이 자료 사진. / Marisha Radchenko-shutterstock.com
사고가 난 배달 오토바이 자료 사진. / Marisha Radchenko-shutterstock.com

아무도 모르게 묻힐 사연을 A씨가 온라인에 공개한 것은 친구로부터 핀잔을 받았기 때문.

A씨는 "친구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그렇게 인정이 없냐. 그런 때는 기사님에게 어디 다치셨는지 묻는 게 정상이다. 거기다 치킨까지 배상해 달라는 게 가능하냐'고 한다"며 친구 말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기사님이 배달하다 혼자 넘어진 거고 제가 재촉하지도 않았다. 다 식고 양념까지 묻은 걸 어떻게 먹냐"며 "기사님이 다 잘못하신 거니 제 잘못은 없지 않냐"며 누리꾼들의 판단을 구했다.

결과는 누리꾼들의 집중포화였다.

누리꾼들은 "그렇게 살지 마라", "치킨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도 아닌데", "200만원짜리 치킨도 아닌데 보상해 달라니", "사람보다 치킨부터 걱정하다니", "살면서 꼭 그대로 당하기 바란다", "인정머리 없네" 등 A씨를 맹비난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