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은 자아 소멸이다” 갑자기 재조명된 3년 전 한 여성의 바디필로우 후기

2023-12-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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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들은 결혼하지 마라. 이 고통은 나로 끝나야 한다”

바디필로우를 구매한 기혼 여성이 남긴 후기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tonio Guillem-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tonio Guillem-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ejazz-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ejazz-shutterstock.com

최근 '더쿠'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음 아픈 쿠팡 바디필로우 리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20년 11월 e커머스 플랫폼에 달린 상품 구매 후기를 캡처한 사진이 담겼다. 후기의 제목은 "남의 편보다 바디필로우"였다.

후기를 작성한 주인공은 당시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기혼 여성이었다. 여성은 바디 필로우 후기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며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출산하며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느낀 실망감과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진 여성의 한탄 섞인 푸념이 담긴 글은 많은 네티즌을 울컥하게 했다.

여성은 "이상하게 임신 이후로 하늘을 보고 자는 게 어려워졌다. 왼쪽으로 자 버릇한 게 이유였을까. 왼쪽으로 자는 게 태아에게 좋다고 해서 왼쪽으로 잤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기를 낳았다. 남편은 병원비 결제하러 약속한 시간에 온다면서 자느라 오지도 않았다. 결국 나의 엄마가 결제했다. 시엄마라는 인간은 때가 되면 나올 거라며 자기 몸 아니라고 제왕(절개)을 반대했다. 나는 유도 17시간을 버티다 엄마가 울부짖으며 제왕절개 하라고 해서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자면서도 아기를 바라봐야 했다. 그래서 옆으로 자는 게 더 고착됐다. 그런데 몸의 무게가 옆으로 쏠리는 만큼 허리도 꺾였다. 그래서 다리 사이에 꺼지지 않는 필로우가 필요하게 됐다. 없을 땐 그 자세로 몇 시간을 자게 되면 다시 다리를 돌릴 때 허리가 끊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iujiuer-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iujiuer-shutterstock.com

또 "필로우 사는 이유가 이렇게 장황하다니…이런 팔자가 참 뭐스럽네…"라며 "아무튼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다리 사이에 필로우 하나를 끼고 자야 편하게 잘 수 있다. 여전히 왼쪽으로 잔다. 내 새끼는 내 것이니까 자도 내 새끼 방향으로 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은 진공을 풀면 부푼다. 그리고 솜은 꺼지지 않는다. 추천한다"라며 "그리고 한국 여자들은 결혼하지 마라. 결혼과 출산은 자아 소멸이다. 이 고통은 나로 끝나야 한다. 본인은 내 팔자는 낳은 생명은 꼭 책임지는 그런 팔자로 알고 살겠다"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e커머스 플랫폼에서 이 후기를 접한 220명은 '도움이 돼요'를 눌렀다.

이를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네티즌들은 "원수도 저렇게 안 하겠다", "저 정도 되면 이혼으로 가더라. 남편 자느라고 병원비 못 냈다는 게 진짜 최고다", "남편이고 시어머니고 치사하다. 인생 참", "출산에 육아에 몸도 마음도 다 지쳐있을 시기네. 3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편해졌기를", "'결혼과 출산은 자아 소멸이다' 내가 이 나라에서 여자가 결혼하는 것에 대해 가진 생각을 완벽히 표현한 문장이라 감탄 중. 저렇게 글 잘 쓰는 사람이 저딴 시가나 챙기고 살아야 하다니" 등 반응을 보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