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향사랑 고액 기부에 줄 세우는 안동시

2024-03-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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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기부 최고액인 500만 원 이상 기부자 이름 올리는‘명예愛전당’제막
시민들 “금액 따라 차별 조성하는 안동시, 기부제 취지 훼손`비판

유길주/위키트리대구경북 논설위원
유길주/위키트리대구경북 논설위원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서 주민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자에게 고향사랑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와 기부한 고향의 답례품 혜택을 줌으로써 고향사랑에 대한 분위기를 확산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경북 안동시가 지난 3월 28일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이름을 올리는 ‘명예愛전당’ 제막 행사를 갖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부 최고액인 5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소중한 뜻을 영구히 간직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제작됐다는 게 안동시의 설명이지만, 기부 금액에 따라 기부자를 줄 세우고 자칫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전액 세액공제되는 10만원 기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남녀노소, 직업에 관계없이 오직 고향사랑이란 일념이 깔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동시가 5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만을 위한 ‘명예愛전당’을 운영하고 나선 것은 기부참여 자체의 의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안동시가 운영을 시작한 '고향사랑 명예愛전당'은 2023년 1월 1일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된 뒤로 지금까지 기부 최고액인 500만원 이상 기부자 24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당일 제막식에서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의 지속적인 발전은 고향을 위해 기부해주신 기부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가능하다”라고 했다.

권 시장의 발언을 반대적으로 해석하면, 5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 외 쌈짓돈을 기부한 대다수 시민들로서는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현행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 기부만 허용하며 전액 세액공제도 1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그 이상의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는 16.5%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부 유명인사들의 고액 기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일반 시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대중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안동시의 이번 행보는 정부는 물론, 기부제에 참여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이같은 목소리와 배치되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대중적으로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홍보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고향납세제처럼 기부를 했을 때 손해보다는 혜택이 커야 하며 시행 이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며"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액기부자만을 앞세우는 행정은 자칫 기부제 자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시와 마찬가지로 부산 남구청은 300만원 이상 기부한 이들의 이름과 사진 등을 게시하는 '명예의전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또한 장단점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액 '개미군단'의 열정과 관심이 우선해야한다. 고액 기부 금액 여부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home 유길주 기자 Imp71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