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실형받은 사단장, 파면 취소… “군 실수 때문에”

2024-03-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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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명령 전달 안돼… '자동 전역'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확정받은 사단장이 징계를 피하게 됐다.

대법원이 군(軍)에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Yeongsik Im-shutterstock.com

조선일보가 21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육군 17사단장(소장)이었던 A 씨는 2014년 10월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속됐다.

A 씨는 당시 구속과 동시에 사단장에서 해임됐고, 임시 직위인 '정책연구관'을 맡게 됐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군검찰은 그해 11월 A 씨를 구속기소 했고, 국방부는 A 씨에게 기소 휴직 명령을 내렸다.

기소 휴직 명령이란 기소된 군인이 공무를 맡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국민 불신을 막고,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A 씨는 이후 1심과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18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2심 선고 이후인 2015년 12월 A 씨는 파면됐다.

그러나 A 씨는 대법 판결이 확정된 뒤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파면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A 씨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A 씨에 대한 기소 휴직 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군이 징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2심은 "육군은 휴직 명령을 (수감 중인) A 씨 측에 우편 등으로 보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육군 장군 인사실이 A 씨에게 휴직 명령을 전달한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기소 휴직 명령이 A 씨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고, 이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휴직이 안 됐다면 파면 처분 당시 A 씨가 현역 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는 게 2심 판단이다.

군인사법에는 '임시직인 정책연구관에 배치된 후 3개월 내 정식 보직이 주어지지 않으면 자동 전역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A 씨는 정책연구관이 된 후 다른 보직을 받지 않았기에 2015년 1월 자동 전역 돼야 한다.

군은 2심 판결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원심은 기소 휴직 명령의 효력 발생 요건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home 김혜민 기자 khm@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