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향해 쏜 경찰총에 맞은 미국인… 정부가 2억 배상

2024-04-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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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주한 미군 총상 피해…법원 "주변 통제 없이 총기 사용"

핏불테리어 자료 사진. / 픽사베이
핏불테리어 자료 사진. / 픽사베이

맹견을 제압하려던 경찰의 실탄사격에 총상을 입은 전직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8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고승일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미국 국적의 전직 주한 미군 A(68)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약 2억 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20년 3월 경기 평택시의 한 거리에서 발생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핏불테리어가 산책 중이던 행인과 애완견을 문 뒤 근처 민가로 들어가 다른 개를 물어뜯으며 난동을 부렸고 출동한 경찰은 테이저건을 쐈다.

핏불테리어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도망쳤다. 경찰은 테이저건마저 방전되자 핏불테리어를 사살하기로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인도에 멈춰있는 핏불테리어를 발견한 경찰은 총을 꺼내 발포했다. 하지만 총탄은 핏불테리어를 빗나갔고 근처 도로 인도에 있던 A 씨가 바닥에 튕긴 총탄에 우측 턱부위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A 씨는 주한미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해 평택에서 거주 중이었다.

이에 A 씨는 한국 정부가 자신에게 2억572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반면 정부 측은 "순찰차를 이용해 보행 통제를 했다"며 "발사된 탄환이 바닥에서 튀어 보행자에 명중하는 상황을 예측해 대비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배상 범위는 조금 좁혔다.

재판부는 “사고가 무기 사용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경찰관의 위법행위로 발생했으므로 국가는 A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데다, 도비탄(발사 후 장애물에 닿아 탄도를 이탈한 탄환)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변인 접근을 막지 않는 등 현장 통제 조치를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다만 A 씨에게도 전방을 잘 살피며 보행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배상 범위를 90%로 제한했다.

한편 총을 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재판도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