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기술적 특이점은 한층 빨라질 것”

2024-04-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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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지만 성공땐
국가적 기술혁신을 이끌 수 있는 선도‧도전적 R&D에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위키트리 단독 인터뷰

이종호과기정통부장관은 '지난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기술적 특이점 도래 시기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제공
이종호과기정통부장관은 "지난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기술적 특이점 도래 시기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제공

반도체 최고 전문가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5일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예견한 ‘2045년 특이점 도래’와 관련,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은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AI가 가져올 미래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R&D예산삭감 논란과 관련해서는 “양자, AI, 디지털,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지만 성공 시 국가적 기술혁신을 이끌 수 있는 선도‧도전적 R&D에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을 최근 위키트리가 서울 중앙우체국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미국의 작가, 컴퓨터 과학자,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이 2045년이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로서 볼 때 정말 실현가능하다고 보나.

“ 전문가로서 말씀 드리면 (현재의)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2023년 OpenAI의 ChatGPT 라는 기존의 AI하고는 좀 결이 다른 AI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미 AI 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을 가능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간보다 빠르게 학습하고 분석하면서 사무, 의료, 법률, 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인간에게 도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초거대AI를 활용하여 현대의학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질병을 빠르게 진단해내고, 인간 삶의 전 주기에 걸쳐 모든 질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AI는 단순 기술을 넘어 삶 전반을 바꿀 것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글로벌 컨설팅사와 공동분석한 결과 한국이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경우 3년 내 최대 연간 310조원 규모의 경제효과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 전반의 매출과 생산성 증대를 통해 저성장·인구감소 등 한국의 구조적 한계 돌파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AI는 큰 기회이지만, 한편 AI 신뢰‧안전과 지역‧계층별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AI의 오남용을 막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AI경쟁력 수준은 어떠한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글로벌 AI 경쟁력은 세계 6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美(100)·中(61.5)을 제외한 3~5위권(싱가포르 49.7, 영국 41.8, 캐나다 40.3, 우리나라 40.3)은 비등한 상황이다. 정부는 美·中에 이은 세계 3위권 도약을 목표로 데이터·컴퓨팅 등 초거대 생성형 AI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 확충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최근 "정부 R&D 지원 방식 개혁을 완수해 나가면서 동시에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R&D 예산 삭감 논란은 일단락 된 건가.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지만 성공 시 국가적 기술혁신을 이끌 수 있는 선도‧도전적 R&D에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AI, 첨단바이오, 양자 등 국가 신성장을 견인할 게임체인저 기술, 반도체 등 초격차 기술과 우주, 원자력 등 기술안보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R&D에도 적극 투자한다.

그 과정에서 연구에 대한 평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하겠다. 더 이상 지연, 학연 등이 평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시스템화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출연연구원 원장의 책임 하에서 대형 과제는 일부 다른 쪽에도 쓸 수 있게 유연성을 줘서 예산을 효율화하면서 잘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는 많은 출연연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양자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는데.

“양자과학기술은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많아 남아 있지만 게임체인저이자 파괴적 혁신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백만년이 걸려 풀 수 있는 문제를 수백초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창이자 해킹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패이기도 하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양자기술 확보해야 할 때다.”

▶3차 누리호 발사도 성공했다. 어떤 의미를 가지나.

“연속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평가할 만하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나라 발사체였고, 특히 이번에는 위성도 우리가 만들어서 올렸다. 자유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국 발사체 신뢰도도 높아졌다. 경쟁자,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거다. 한국의 발사체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앞으로 누리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 달 탐사 등 우주탐사에 도전하고, 우리 고유의 위성항법 시스템도 확보할 계획이다.”

▶기초과학이나 첨단기술 육성을 위해 인재들이 이공계로 많이 가야하는데 의대로 너무 쏠려 아쉬움이 많다.

“크게 보면 공정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 우수한 사람이 인센티브·이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재양성을 위해 기업이 같이 하면 좋은 효과가 나는 게 무엇이 있을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의대 가는 것을 나쁘게만 봐서도 안 될 것 같다. AI 등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에 의사들과 협업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길 것이다. 성공하는 사례, 롤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경북대에서 수학했다. 지방을 떠나고 싶어하는 후학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다면.

”경험적으로 말하자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자존감이 커지고 공부에 몰입할 수 있고, 성장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다. 이유리기자/ yrlee31@wikitree.co.kr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966년 경남 출생 ●경북대 전자공학 학사(1987),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박사(1993) ●원광대 전기공학과 교수(1994~2002)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교수(2002~2009)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교수(2009) ●녹조근정훈장(2015)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2016)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2018~2022) ●과기정통부 장관(2022∼현재)

home 이영란 기자 yrlee3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