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왕' 류현진마저 불만 터트리자...KBO, 투구 데이터 전격 공개하며 반박 나섰다

2024-04-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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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화-kt전 류현진, 문동주 선수 투구 데이터 이례적 배포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 한화 류현진이 5회말 이닝을 실점 없이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류현진은 5이닝 동안 7 피안타 2 4사사구 4 삼진 7실점(5자책)을 기록한 뒤 6회말 kt 공격 때 장민재로 교체됐다.  / 뉴스1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 한화 류현진이 5회말 이닝을 실점 없이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류현진은 5이닝 동안 7 피안타 2 4사사구 4 삼진 7실점(5자책)을 기록한 뒤 6회말 kt 공격 때 장민재로 교체됐다. / 뉴스1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6일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 데이터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정교한 제구로 유명한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ABS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자 즉각 진화에 나선 것이다.

KBO 사무국은 이날 ABS 운영사인 스포츠투아이의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언론에 제공하고 23∼24일 kt wiz전에서 한화 류현진과 문동주가 타자들에게 던진 공의 궤적 자료를 배포했다.

올해 도입된 ABS는 카메라를 통해 투수의 공 궤적을 촬영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또는 볼 여부를 판정해 심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키에 따라 다르다. 폭은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2cm를 늘린 범위로 두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타자 키의 27.64%∼56.35%까지로 정했다.

아울러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야 한다. 공이 가면서 떨어지는 만큼 끝 면의 스트라이크 존은 중간 면보다 1.5cm 낮게 돼 있다.

류현진이 24일 kt전 3회말 조용호에게 던진 볼 4개 그래프   / KBO 사무국 제공
류현진이 24일 kt전 3회말 조용호에게 던진 볼 4개 그래프 / KBO 사무국 제공

류현진은 24일 kt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7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KBO 통산 100승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3회말 선두 타자 조용호와 세번째 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타자들과의 승부에서도 연속해서 볼이 나오자 류현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류현진이 조용호에게 던진 3구는 논란이 컸다. 화면상 비춰진 그래프상으로도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낮게 걸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결국 25일 kt와 3차 전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볼이 될 것은 스트라이크가 되고, 스트라이크가 될 것은 볼이 된다. 경기장마다 다를 수는 있는데 그게 (같은 구장) 경기마다 바뀌는 건 문제"라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까지 경험한 KBO 대표 투수가 ABS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드러난 것이다.

이에 KBO가 공개한 당시 3구를 보면, 공은 ABS 중간 면에선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0.15㎝ 위로 통과했으나, 끝 면에선 존 하단을 0.78㎝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볼 판정을 받았다.

공의 궤적이 떨어지면서 홈플레이트 중간면은 하단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지만, 끝면에선 존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23일 kt전에서 4회말 한화 문동주의 4구(천성호) 스트라이크 판정 / KBO 사무국 제공
23일 kt전에서 4회말 한화 문동주의 4구(천성호) 스트라이크 판정 / KBO 사무국 제공

한화 측은 kt 3연전에서 왼손 타자에게 던진 바깥쪽 투구 판정에 일관성이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KBO 사무국은 적극 반박했다.

최원호 감독은 앞서 25일 경기전 "수원 첫 경기였던 지난 23일 문동주가 선발로 나와 던졌을 때는 우타자 바깥쪽 공이 볼이 됐다. 좌타자 바깥쪽 공은 스트라이크로 넓게 잡히기에, 다음 날 게임을 준비하면서 류현진은 좌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그런데 이 날 ABS존은 첫 날 잡아줬던 좌타자 바깥쪽 공을 안 잡아줬고 오히려 반대쪽이 넓어졌다. 그래서 류현진이 말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24일 kt전에서 1회말 한화 류현진의 3구(천성호) 볼 판정 / KBO 사무국 제공
24일 kt전에서 1회말 한화 류현진의 3구(천성호) 볼 판정 / KBO 사무국 제공

하지만 KBO는 "23일 문동주가 4회말 kt 천성호에게 던진 4구(스트라이크)와 24일 류현진이 1회말 천성호에게 뿌린 3구(볼)는 그래픽 상에서 위치가 다르다"며 문동주의 4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친 데 반해 류현진의 3구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KBO는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대안으로 ABS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처럼 ABS 판정에 신뢰성을 제기하는 구단과 선수의 인식이 서서히 나오고 있어 KBO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home 김민수 기자 km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