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수십명이 도끼·곡괭이 들고 군사분계선 넘어왔는데 이틀 만에 공개된 이유

2024-06-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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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긴장 고조 피하려고? 대통령이 해외에 있어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9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단순 침범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낮 12시 반쯤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하여,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이후 북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의 경고사격 후 북한군이 돌아간 외에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 절차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뉴스1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9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단순 침범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낮 12시 반쯤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하여,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이후 북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의 경고사격 후 북한군이 돌아간 외에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 절차에 의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뉴스1

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 9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하게 공개됐다.

1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이 MDL을 넘은 건 9일 낮 12시 30분쯤이었다.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의 일부가 도끼와 곡괭이 등 작업 도구를 들고 MDL을 50m가량 넘어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일부가 무장하고 있었는지 묻는 물음에 "일부는 그런 것(무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합참은 MDL을 침범한 북한군이 수십 명이었다는 점, 우리 군이 이들의 움직임을 MDL 침범 전부터 관측했다는 점도 밝혔다.

북한군 수십 명이 한꺼번에 MDL을 넘어온 건 이례적이다.

북한군이 넘어온 MDL 인근엔 길이 없고 수풀이 우거져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 우리 군이 침범 이전부터 이들의 동선을 추적·감시하고 있었다는 점, MDL 침범 후 이뤄진 경고 방송·사격에 바로 돌아갔다는 점 등에 비춰 길을 헤매다 MDL을 침범한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고 뉴스1은 전했다.

이 실장은 "우리 경고사격 후 북한군이 즉각 북상한 것 외에 특이동향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단순 침범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공개하지 못하는 다른 정보들에 근거해서도 단순 침범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침범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시기가 공교롭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MDL을 넘은 날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날이다. 그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계속해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남측을 비난하며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북한군이 MDL 침범을 또 다른 도발을 위한 구실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단 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함참이 북한군 침범 사실을 이틀 후에 공개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군이 북한과의 긴장이 추가로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뒤늦게 침범 사실을 공개했단 분석이 나온다.

군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걸 방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기 출국한 상황에서 지나친 긴장 조성을 막는 조치란 말도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