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7년 친구 “대통령 바뀌었다“ ”내가 문자 보냈는데 답장 안 하더라”
2024-08-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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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교수 “주위에 이상한 역사의식 부추기는 사람들 있는 듯”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정치적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과 57년 동안 친분을 유지한 죽마고우이자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인 이 교수는 19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강제징용 판결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회상하며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강경 보수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 때 윤 대통령을 크게 도왔다면서 대통령실의 반응에 섭섭함을 표했다. 그는 "광복회장이 강제징용 해결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배척당하고 공격당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의 증손자이기도 한 이 교수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과거에는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강하게 주장하던 윤 대통령이 최근 판결에 문제가 있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주위에 이상한 역사의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에게 '중도 민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주위의 사람들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해야 중도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대통령이 외연을 넓히기보다 강경 보수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지지자의 스펙트럼이 넓었는데 지금은 매우 좁아져 아쉽다면서 대통령이 중도층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광복절 경축식이 갈라져 열린 것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에도 건국절 논란이 있었으나 가까스로 경축식이 거행됐고, 이후 독립기념관 이사 임명 문제로 독립운동 유관 단체들이 강력히 항의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건은 이런 문제가 터진 방아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김 관장이 후보자 면접에서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다.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잃지 않았으며, 독립기념관장 후보자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교수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헌법의 영토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들어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동일성과 계속성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적 자기 정의를 약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가 용산에 일제 밀정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게 아니냐고 언급한 데 대해선 ‘밀정’이라는 표현이 과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 심경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 대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내는 것은 불가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개선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의 역사적 자기 인식을 확고히 해야만 일본과의 우호 협력을 증진할 수 있으며,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구걸이나 굴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전 윤 대통령에 대해 ‘정치에 투신하면 여러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인터뷰하며 옹호한 데 대해선 “어리둥절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는데, 좁아져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아버지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대립하면서 이 교수와 대통령의 관계에도 거리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