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인 줄 알고 눈에 ‘순간접착제’ 넣었다가 벌어진 악몽같은 일 (서울)

2024-09-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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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곳 넘는 응급실 진료 거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의료대란으로 인해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순간접착제를 눈에 넣은 여성 환자가 20곳이 넘는 응급실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SBS가 3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의 한 가정집에서 순간접착제 성분의 속눈썹 연장제를 안약으로 착각해 눈에 넣었다. 곧바로 위아래 눈꺼풀이 달라붙었다.

심한 통증을 느낀 A씨는 119에 긴급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응급처치를 시행한 뒤 A씨를 이송할 병원을 찾으려고 서울, 경기, 인천 일대에 있는 20개가 넘는 병원에 연락했다. 그러나 응급실이 가득 차 있거나, 안과 전문의가 부재한 이유로 모든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

결국 구급대원들은 A씨에게 "스스로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고 알리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SBS는 소방당국의 말을 빌려 여성이 이틀이나 지난 뒤에야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 사태가 심각한 수위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대형 병원조차 야간과 휴일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모든 응급환자를 담당해야 하기에 생명이 위급하지 않은 환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전화로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이송처를 찾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SBS는 병원이 A씨를 받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추락한 17세 청년이 6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끝에 사망한 적이 있다. 6개 병원 중 환자를 직접 본 뒤 치료가 어려우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한 4곳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 전공의는 형사 기소까지 됐다. 반면 처음부터 못 받겠다고 밝힌 병원은 행정처분을 받지 앟았다.

이후 병원들이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응급환자 수용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 특히 수도권의 대형 병원장들이 "신경외과, 소아과 등의 진료 여력이 부족할 경우 아예 전화 단계에서부터 진료 불가를 통보하라"고 내부 지침을 내리면서 전화로 문의하는 구급대원들이 더 많은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