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로 수십억 원이나 벌어들인 뜻밖의 회사
2024-10-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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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튜디오로 쏠리는 투자자들의 관심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촬영 기간에 촬영장을 빌려준 회사가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대형 스튜디오에 쏠리고 있다.
40명의 요리사가 2838㎡(약 860평) 실내 공간에서 동시에 요리 경연을 펼친 ‘흑백요리사’의 화면은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했다. 다양한 요리 기술과 함께 압도적인 스튜디오 규모가 돋보인 이 프로그램은 최근 4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흑백요리사’ 성공엔 유진그룹의 건설 계열사 동양이 만든 스튜디오 유지니아의 지분도 있다. 유지니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파주에 준공된 대형 멀티 스튜디오다. 예능, 음악, 영화, 드라마, 공연, VFX(시각적 특수효과) 등의 촬영에 적합한 시설로 설계한 곳이다.
1만 3343㎡(약 4000평) 규모의 이 스튜디오는 국내 공유형 스튜디오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유진그룹은 17년간 보유하던 야적장 부지를 재개발해 최신 영상 촬영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대형 스튜디오의 출현은 K-콘텐츠 산업의 성장성을 방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8년 26조 2813억 원에서 지난해 32조 7716억 원으로 24.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상 콘텐츠 수출액도 7억 7124만 달러에서 9억 9717만 달러로 29.3% 증가했다. 폭발적인 성장은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유튜브, OTT 플랫폼의 발전 덕분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까지 영상 콘텐츠 산업 규모를 40조 원, 수출 규모를 18억 달러 규모로 키우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산업 규모가 28조 원, 수출 규모가 9억 2000만 달러였단 점을 비교하면 산업 규모는 연 평균 6.1%, 수출은 연 평균 11.9% 확대돼야 한다. 대형 스튜디오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단 뜻이다. 실제로 해외 OTT 플랫폼들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청자들을 늘리고 있다. ‘흑백요리사’와 같은 국내 오리지널 작품을 적극 제작하는 이유다.
유진그룹 관계자가 대형 스튜디오를 지은 이유는 K-열풍과 맞물려 콘텐츠 제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 예측은 들어맞았다. 유지니아 스튜디오의 4개 동은 개관 이후 1년 동안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K콘텐츠의 수요가 증가했다.
업계는 ‘흑백요리사’ 제작사가 촬영 기간 스튜디오 대관 비용으로만 수십억 원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디오 사업을 선도한 곳은 CJ ENM이다. CJ ENM은 2022년 7월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3만 7407㎡(약 1만 1300평) 규모의 스튜디오 단지를 준공했다. 현재 13개의 스튜디오가 이 단지에서 풀가동되고 있다.
방송계가 스튜디오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에 있다. 제작비 절감의 관건은 출연진과 제작사, 협력사 직원들의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파주시의 경우 교통 혼잡도가 덜한 데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실제로 유지니아 스튜디오의 경우 파주 운정신도시의 운정역에서 도보 7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방송국이 모인 상암DMC에선 차량으로 25분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다른 곳에서 촬영할 때와 견줘 제작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당국과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스튜디오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지난 8월 도내 실내 촬영 스튜디오 이용 활성화 및 스튜디오 간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8개 스튜디오와 ‘경기 스튜디오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협약은 도내 영상 제작 환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내 촬영 스튜디오와 K-콘텐츠 영상 제작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경콘진은 협약을 통해 도내 영상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도내 촬영 스튜디오 이용 활성화를 위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파주시는 스튜디오 단지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헤이리예술마을, 마장호수, 자운서원, 통일동산 등 관광 자원과 연계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오징어게임’이 포문을 연 K-콘텐츠의 인기가 신규 제작 수요를 크게 늘리면서 스튜디오 사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고 있다. 파주시에 속속 스튜디오 단지가 들어서는 이유다. 실제로 파주시 문산읍 내포리에 있는 12만㎡ 규모의 파주 스튜디오시티 일반산업단지가 올해 상반기 준공됐다. 산업시설 용지 7만 5311㎡, 지원시설 용지 4836㎡, 도로와 공원 등 공공시설 용지 3만 9390㎡를 갖추고 있다. 2014년 산업단지계획 최초 승인 땐 제조업 산업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입주 수요 변화에 따라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을 위한 업종으로 변경 계획돼 대규모 방송통신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그만큼 대형 스튜디오 사업성이 밝다.
단순히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형 스튜디오는 지역 관광지원으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지니아 스튜디오의 경우 창고형 외관에서 벗어나 모던한 외관 디자인, 중앙공원 등으로 주변과의 조화를 꾀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