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한반도 누볐던 원숭이, 왜 자취 감췄나

2016-01-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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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올해는 병신(丙申)년, 원숭이의 해다. 특히 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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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올해는 병신(丙申)년, 원숭이의 해다. 특히 적색을 의미하는 병(丙)이 들어가 '붉은 원숭이의 해'로 불린다.

원숭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물원 원숭이 사육사 앞은 항상 어린아이들로 북적인다.

TV 속 일본원숭이가 능청스럽게 온천욕을 즐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삐져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런 원숭이가 과거 한반도에도 널리 서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법흥왕 14년(527년)에 이차돈의 목을 베자 '원숭이들이 떼 지어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는 1394년(태조 3년) 일본 사신이 왜구에게 잡혀간 양민을 돌려보내며 원숭이를 바쳤다고 기록했다. 세종대왕은 제주도에서 사육하는 원숭이를 잘 기르고 번식시키라는 명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 원숭이의 흔적은 이보다 훨씬 앞선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석기시대 유적을 통해 옛 기록보다 더 명확한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1973년 6월 충북 제천시 송학면 포전리 용두산 점말동굴의 퇴적층 일부가 드러났는데 이곳에서 구석기 시대 짐승 화석들이 발견됐다.

청주 두루봉동굴 유적에서 출토된 큰원숭이 뼈

충북 단양 구낭굴 유적 발굴 당시 모습

연세대 박물관 조사단은 그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 1980년까지 구석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4천여점의 유물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지금은 없는 짧은꼬리원숭이 뼈가 포함돼 있어 일반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1976∼1983년 발굴조사가 이뤄진 충북 청주시 문의면 노현리 두루봉동굴에서는 큰원숭이 위턱과 아래턱 뼈가 출토됐다.

당시 연세대 박물관 수석연구관으로 발굴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동굴에서 발견된 원숭이 뼈는 한반도에 원숭이가 일정 기간 서식했고, 여러 환경 변화로 지금은 멸종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원숭이 뼈는 다른 동굴 유적지에서도 잇따라 발견됐다.

1986년 한 교사에 의해 발견돼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뤄진 충북 단양군 가곡면 여천리의 삼태산 남쪽 중턱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 구낭굴. 이 굴은 드물게 파괴·교란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의 동굴유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총 24종의 동물화석이 출토됐는데, 이중 두루봉동굴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큰원숭이 아래턱 뼈와 위턱 어금니가 있었다.

2004년 발굴작업이 이뤄진 강원도 영월 연당 쌍굴에서도 역시 같은 큰원숭이 종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8점이 나왔다.

학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약 20만∼30만년 전 한반도는 원숭이가 서식하기 좋은 아열대 기후였고, 원숭이가 당시 인류의 좋은 먹잇감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반도 원숭이와 현 일본원숭이와의 관계다.

일부 연구자들은 당시 한반도와 일본 등 주변 지역이 모두 육지로 연결돼 있어 이들 원숭이가 유사한 종이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두루봉동굴에서 발견된 원숭이 뼈와 현 일본원숭이 뼈는 외관상으로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일본원숭이는 현 생태계에 맞게 진화해온 반면 한반도 원숭이는 기후 변화 등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천적인 호랑이 등 고양잇과 대형 육식동물이 많아 멸종했을 것으로 보는 가설도 있다.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동북아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돼 있는 원숭이가 한반도에도 살았음은 동굴유적 출토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서식 연대와 종을 명확히 구분하려면 해부학적 특징과 DNA 분석 등 추가 연구가 과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융조 이사장은 "고동물 자료는 단순히 당시 어떤 동물이 존재했는지를 넘어 인류와의 관계, 고환경 복원, 동물진화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며 "원숭이의 해를 맞아 원숭이 뼈는 물론 국내 동굴에서 발견된 고동물 자료 관련 국제 공동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 아시아를 이어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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