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문화 샤워’ 어때요?” 부천만화축제 박재동 위원장 인터뷰

2016-07-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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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wikitree4you지난 27일(수),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부천국제만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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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수),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이하 부천만화축제)가 만화 도시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개막했다.

31일(일)까지 개최되는 부천만화축제는 국내 최대 규모 만화 축제다.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온 만화를 통해 미래를 조망하는 ‘2030 만화의 미래’가 이번 주제다.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포스터

이날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박재동 운영위원장을 만나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개막식을 앞두고 쇄도하는 취재 요청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만화방을 운영했다. 그래서 만화를 무지무지하게 많이 봤다”는 그는 어린 시절 읽고 그렸던 만화를 업으로 삼아 만화가가 됐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8년 동안은 한겨레신문에서 시사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겨레 그림판’ 하면 ‘박재동 화백’이 언급될 정도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매체에 내놓는 작품은 많이 하지 않았어요.” 박재동 위원장이 말했다. 대신 그는 교과서에 그림을 그리고 인권 만화책을 출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재동 운영위원장 / 위키트리

박 위원장은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를 잘 모르죠. 어떤 사람들은 저더러 ‘원로’라는데, 원로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하하”라며 다정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부천만화축제에 관해 박재동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여러분들. 만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축제다. 그렇지만 부천만화축제에서 궁금했던 작가를 만나보기도 하고, 사인도 받고 실제 원화를 구경하는 것도 만화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다. 올해로 벌써 19돌을 맞이한 국내 최대 만화 축제, 부천만화축제에서 다양한 작품을 즐겨 보시길 바란다.

- 이번 부천만화축제에는 어떤 콘텐츠들이 있나? 자랑 좀 해달라.

올해 테마는 ‘2030년 만화의 미래’다. 요즘 인공 지능, 가상 현실 등으로 만화계도 1년이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불과 3년 후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과 한국, 프랑스 작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14년 후인 2030년에는 과연 어떤 만화와 함께 어떤 세상에 살게 될까?’라는 주제로 콘퍼런스 등 행사를 준비했다. 관객 여러분들도 과연 2030년에는 만화계가 어떻게 변할지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다.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세계적인 만화가 '스콧 맥클라우드' / 이하 위키트리

전시로는 웹툰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 특별전-삶의 고고학>이 열린다. 스누피 기획전 <인사이드 피너츠(Inside Peanuts)>, 여류 만화가 그린 민화 전시인 <만화-민화와 만나다 : 홀림전>도 있다. 그 밖에도 <중국 웹툰전>, <로보카 폴리전> 등이 준비돼 있다.

‘코스튬 플레이’, 일명 코스프레도 재미난 볼거리다. 지난해에도 2,000명이 코스프레를 하고 축제를 찾았다. 얼마나 만화를 좋아하는지 와서 복장을 하고 다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면, 문화 콘텐츠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

윤태호 작가 특별전
코스튬 플레이어

특히 올해에는 어린이 부분을 신경 썼다. <세계 어린이 만화가 대회>라고, 세계의 어린이 만화가들이 부천에서 캠프를 하며 우정을 나누는 행사가 있다. 어린이들 그린 그림과 어린이들을 위해 그린 그림도 전시된다.

그 밖에도 하루를 굉장히 재미나게 보낼 수 있는 여러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만화는 2030년에는 어떤 모습일까?

근본적으로는 작가와 독자 간 경계가 변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독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관계였다. 앞으로는 독자도 작품을 만드는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2030년에는 만화가 특별한 장르가 아니라 의사소통 언어가 될 것이다. 지금 글로 쓰는 것을 미래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려 표현할 것이다. 지금도 메신저에서 말풍선이 있는 이모티콘(그림)을 사용하며 만화 속에 살고 있지 않나.

다만 2030년에는 이를 더 자유자재로 배열하고, 작품을 만들어서 친구, 연인과 소통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 부천만화축제는 해외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게 될까?

지금은 ‘세계 만화의 메카’라고 불리는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전시회’가 가장 크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사비를 털어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즐긴다.

2016 앙굴렘국제만화전시회 포스터

부천만화축제는 이름은 ‘국제 축제’지만 사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앙굴렘이 가진 오프라인 만화, 즉 종이 만화 축제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매년 1월 개최되는 앙굴렘 국제 만화 전시회는 올해로 43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라인 최 강국, 웹툰 초강국이지 않나. 그래서 웹을 통한 축제를 한다면 앙굴렘과는 또 다른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아주 작은 온라인 Bicof를 출범했다. 온라인으로 먼저 확장한 뒤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려 계획하고 있다. 번역만 잘 되면 모든 세대가 교류하고 전 세계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다.

- 그럼 한국 만화 경쟁력은 웹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종이 만화 강대국은 전체 출판량 70%를 차지하는 일본이다. 나머지 30%는 세계 5위에 속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가 담당한다.

반면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나라는 웹툰 초강국이다. 15만 명이 웹툰 작가에 도전하고 있고, 일부 작가는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세계를 리드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대사관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두고 교류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 웹툰 중 최근에 재미있게 본 작품이 있다면?

최근에 ‘호랑이 형님’이라는 웹툰을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싶더라. 다만 매우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다 보지는 못한다. 자주 보고 싶은데 마음만큼 많이 못 봐서 안타깝다.

- 언젠가 웹툰 연재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물론 있다. 웹툰은 일주일에 1200꼭지가 올라오고 15만 명이나 되는 도전 만화가들이 경쟁하는, 그야말로 정글이다. 만만치 않다. 만화가 후배들도 웹툰에서는 전부 선배다. 내가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박재동 운영위원장 / 이하 위키트리

- 위원장님이 그리는 웹툰, 정말 기대된다. 지난 7월 중순 소년한국일보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애니메이터가 속한 직군이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였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마이갓. (웃음) 굉장히 좋은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너 장래 희망이 뭐니?”라고 물으면 “대통령, 장군님”이 답이었다. 뭐든지 굉장히 높은 사람, 힘이 센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을 꿈꿨다. 나라도 너무 가난하고 모두가 억눌려 살았기 때문에 힘이 필요했던 거다. 그다음 세대는 사장이 되고 싶어했고, 정치가나 기업가처럼 높은 사람이나 부자가 되고 싶은 꿈들이 대부분이었다.

권력과 부 보다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 재미난 일이 꿈이 됐다는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다는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꿈이라는 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릴 때 “장군이 될 거야”가 아니라 “만화가가 될 거야”라며 아름다움과 재미를 찾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굉장히 바람직하다.

-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미친 듯이 해봤으면 한다. 정말 하고 싶을 때 그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찝찝하지 않나. 그렇게 밥도 먹기 싫고, 잠도 자기 싫을 만큼 하고 싶을 때 만화 그리기에 폭 빠졌으면 좋겠다. 만화로 인해 행복한 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러다 나중에 프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만화를 만들 수도, 즐길 수도 있다.

인사하는 터닝 매카드

만화도서관에서 만화책 읽는 아이들

- 마지막으로 부천만화축제를 찾는 관객들과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사실 문화라는 것은 안 봐도 그만이지만, 보고 나면 그만큼 풍요로워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조금씩 행복해지기도 하고. 좀 덥긴 하지만 부천에서 ’문화 샤워’를 한 번 하시면 어떨까.

특히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상상력 기반이 되고, 어른들은 뇌가 말랑말랑해져 열린 마음으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부천만화축제에 놀러 오세요!

* 영상 = 이예나, 전성규 기자, 김이랑 디자이너(@good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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