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1순위' 태영호, 당국 만류에도 공개활동 강행한다

2017-02-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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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보당국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보당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신변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외부활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가 태 전 공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공개활동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21일 오후 한 방송사에 출연해 공식 외부일정 중단 방침은 사실이 아니라며 "저는 그 어떤 위협이 조성된다 해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그런 활동을 순간도 중지할 수 없는 그런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해 연말부터 공개 대외활동을 위해 행동에 제약이 많은 연구원이 아닌 자문위원을 선택한 이후 언론 인터뷰와 외부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고, 이 때문에 김정남 피살 이후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태 전 공사도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김정은이)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물론이다. 왜 아니겠냐"고 답변, 자신이 위험에 노출돼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탈북민을 암살하기 위해 현재 2명의 남성이 국내에 잠입했으며 태 전 공사가 1순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보당국은 북한의 테러 위협에 대비해 외부일정을 중단키로 가닥을 잡았지만, 태 전 공사가 이런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국이 방침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태 전 공사의 한 측근은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확실한 사실은 이전보다 외부일정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태 전 공사에 대한 경호 인력도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가 희망하는 미국 방문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태 전 공사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상대로 북한의 실태를 증언하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호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태 전 공사 등 주요 탈북 인사의 밀착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앞서 한국으로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씨는 1997년 2월 경기도 성남 분당의 자택 앞에서 북한 공작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2010년에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간첩이 붙잡혔고, 2011년에는 탈북민 간첩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날린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게 독침 테러를 기도하다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한편, 이날 태 전 공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남 살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며 "드디어 생길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김정남이라는 존재가 김정은에 있어서는 상당히 큰 부담이었다"며 "김정은이 떠드는 백두혈통의 정체성과 명분을 북한 주민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탈북민단체가 북한 망명정부 수립을 위해 김정은의 삼촌 김평일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북한에서 그 어떤 민중봉기가 일어나든,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붕괴하든 대안 지도자가 김 씨 가문에서 나오는 것은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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