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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숲' 작가 “범인보다 인물 관계 짚어내는 시청자에 감탄”

    • • 후반부에 접어든 `비밀의 숲` 작가가 작품에 대해 밝혔다.
    이하 tvN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매회 치밀한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입소문 난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도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비밀의 숲'은 단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스토리의 절반 이상을 끌어오면서도 몰입감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 황시목을 연기하는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력도 큰 몫을 하지만, 역시 흠 잡기 어려운 촘촘한 극본이 일등공신이다.
     
    놀라운 점은 이 극본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가 '신예'라는 점이다. 드라마 제목만큼이나 '비밀의 숲'에 가려진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본명도, 나이도, '비밀의 숲'을 쓰기 전까지의 경력도 밝히지 않은 이수연 작가는 인터뷰에서도 오로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했으며, 인터뷰 답변서에서조차 '비밀의 숲' 극본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음은 이수연 작가와의 일문일답.

    -- 검사 비리를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질릴 시점에 '비밀의 숲'이 등장했다. 결과는 호평 일색이다.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 외부의 살인사건으로부터 사건이 촉발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부터 관련자들의 욕망이 부딪히면서 갈등의 폭이 커지는 형식 대신에, 살인범 추적과 조직 내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함께 진전되는 구성에 주안점을 뒀다.

    -- 어떻게 보면 매주 다른 유력 용의자가 떠오르는 패턴이 반복되지만, 그 과정이 피로하지 않다. 어떤 점에 집중하면서 극본을 썼나.

    ▲ 극 후반에 가서야 진범이 밝혀지는 드라마를 쓴다면 누구나 매회 강력한 용의자 후보가 등장하도록 구성할 것이다. 이 범인 후보들의 등장이 개연성 있으면서도 서로 맞물리면서 등장하게 만드는 구성이 필요했다.

    -- 요즘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추리한다. '뜨내기 추리'도 아니고 제법 수준이 있다. 시청자 의견에 감탄한 적 있나.

    ▲ 시청자분들의 추리가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겠지만 요(要)는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범인 맞추기에 감탄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가에 관한 글들을 읽을 때 '이런 눈을 가지신 분들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감탄하는 때가 있다. 사람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천착해서 보시는 분들은 왠지 좋은 사람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오랜 기간을 단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끌고 오고, 등장인물도 많지가 않다. 대부분 수사극이 한 회 한 사건을 끝내는 것과 비교된다.

    ▲ 검찰청이라는 커다란 조직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이 안의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에 한두 회에 끝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 사전에 검사 업무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정보수집을 했나. 실제 검사 모습 중에 꼭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 이런 극본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사가 선결 조건일 것이다. 제 경우에는 법학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 꼭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특정 에피소드나 행태가 아닌 일반적인 월급 검사들의 존재다. 단순히 월급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보통의 검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 그래도 픽션이다 보니 일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이창준(유재명 분)이 승진한 뒤 그대로 서부지검에 머무르는 부분이나, 검사가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을 거의 지휘하고 주도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부분 등이다.

    ▲ 극 중 검사는 처음부터 살인사건에 누구보다 밀접하게 관여했으므로 현장을 뛰어다니게 하는 것에는 별 갈등이 없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극성과 리얼리티 중에서 리얼리티를 희생하고 극성을 택한 부분이 있다.



    -- 조승우가 아닌 황시목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비범하고 감정이 절제된 캐릭터지만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 이 극을 처음 구상할 때는 기성작가가 아니었으므로 '이 역은 누구한테 맡겨야지'라고 미리 특정하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조승우 배우로 황시목 역이 정해진 후 대사 톤이나 의미에 대해서 배우와 얘기를 나눴지만, 지금 보이는 황시목의 캐릭터는 조승우 배우의 완벽성에서 기인한 바가 매우 크다.

    -- 황시목이 8회를 기점으로 웃음을 되찾았다. 앞으로 한여진(배두나)으로 인한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 황시목이란 캐릭터는 근본적으로 타인에 의해 변화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반응이 조금 더 다채로워질 수는 있겠다.

    -- '비밀의 숲'에는 소위 '민폐 여성 캐릭터'가 없다. 한여진은 늘 올곧고 든든하며, 영은수(신혜선)도 평범한 신출내기가 아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 여성 캐릭터들을 설정할 때 특별히 더 진취적이고 독립적으로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여성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만 드라마를 위해 리얼리티를 희생하는 선택을 할 때가 있을 텐데, 멜로나 로코(로맨틱코미디) 작가들도 남녀 로맨스를 끌어내기 위해 여성 역할을 다소 변형시키는 예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주연 외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 살인사건 희생자 박무성(엄효섭)의 어머니 역할이다. 사람을 더 잘 묘사할 수 있게 되면, 남은 사람의 아픔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는다 해도 절대 간과하지 않는 드라마를 쓰고 싶어서다.

    -- 최근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과 재계약했다. 신예인데 '비밀의 숲'이라는 탄탄한 극본을 내놔서 방송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제가 첫 작업을 같이 한 곳이고, 그 과정에 전혀 무리가 없었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재계약은 당연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이뤄졌다.

    -- '비밀의 숲'이 데뷔작인데 앞으로 또 어떤 장르의 작품을 시도하고 싶나.

    ▲ 인생의 목표가 다른 사람들의 수 싸움, 파워게임 같은 이야기가 지금의 저에게는 가장 재밌고, 잘 맞는 장르로 보인다. 또한 사극에도 도전하고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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