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얼굴 보자" 53번 재판서 벌어진 진풍경

2017-08-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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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3차례 열린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대체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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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방현덕 기자 = 지난 2월 28일 구속기소 돼 3월 첫 공판준비 절차를 시작으로 7일 결심 공판까지 다섯 달 동안 진행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법정 안팎에서 여러 진풍경을 낳았다.

특히 대한민국 최대 기업의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행보가 '국정농단' 사건 이전까지 일반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법정 내 그의 몸짓이나 언급 한 마디가 화제를 불렀다.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 속에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의 한결같은 꼿꼿한 자세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다.

매주 3차례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은 심리 내용이 많아 오전 10시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종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정면을 응시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눈을 지그시 감거나 옆자리의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재벌가 후계자로서 그간 단련된 모습에 더해 재판의 모든 과정이 일반에 공개되는 만큼 방청객과 취재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첫날부터 주머니에서 스틱형의 입술 보호제(립밤)를 꺼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꼼꼼히 챙겨 바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답변 중간중간 립밤을 바르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립밤은 이후 '이재용 립밤'으로 불리며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찜통 같은 법정에 종일 갇혀 있던 그는 더위와 싸우기 위해 종종 책상 위에 놓인 물티슈를 꺼내 목 둘레를 훔쳐내는 등 재벌 총수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있던 '아저씨' 같은 모습도 내보였다.

매번 비슷한 시간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 때문에 중법정 등 상대적으로 작은 법정에서 더위와 씨름하던 피고인과 변호인, 특검과 방청객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면 모두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법정으로 '메뚜기 이동'을 하기도 했다.

법정 밖에선 선착순 방청이 가능한 이 부회장 재판을 보려는 이들의 자리 쟁탈전이 연일 벌어졌다.

방청석이 한정돼 오전 10시 재판인데도 매번 오전 7시 무렵부터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나와 긴 줄을 섰다. 재판 중반 무렵부터는 아예 개인 가방이나 소지품을 법정 출입구 앞에 늘어놔 순번을 '찜'해 놓거나,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나눠 가져 새치기에 대비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신문과 공방 절차가 진행된 최근엔 아예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날 재판을 기다린 방청객도 있었다.

열혈 방청객들은 재판이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는 날에도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결심 공판이 열린 이 날도 전날 오후부터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삼성 관계자들도 매일같이 법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일반 방청객들과 자리 경쟁을 벌이며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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