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서 뛰어 내리려 했던 사람입니다. 손 잡아줘서 고마워요” 서강대 대숲글

2017-12-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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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그렇게 밤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어요. 생각보다 어려보이시더라고요. 실제로 어리기도 하셨고요”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익명의 글을 보고 발 벗고 나선 이가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지난 20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강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끔찍한 선택을 할 뻔한 이가 마음을 다잡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게시자는 "며칠 전 마지막 하루를 계획하며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제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겠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게시자는 지난 18일 밤 마포대교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가 열 시쯤 됐었던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전날 밤까지만 해도 여느 날처럼 소리 없이 울다 잠들었었는데,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슬픔에 빠진 게시자는 멀리서 뛰어오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게시자는 "여자 한 분이 급하게 뛰어오시더라고요. 급한 일이 있나 보다 했는데, 제 옆에서 멈추셨어요. 그러더니 대숲(글) 봤다고 혹시 그분 맞으시냐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게시자는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제가 글을 올리긴 했지만 설마 직접 누군가 오실 줄은 몰랐거든요"라고 말했다.

게시자에게 다가온 여성은 게시자를 달랬다고 한다. 게시자는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그 여자분이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시더라고요. 자기소개를 하고 자기가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게시자는 "우리가 철저히 남인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 뭐가 다행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여성은 "어제까진 남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게시자는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고 전했다. 그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우는 게시자 곁을 지켰다고 한다.

이후 그 여성은 자리를 옮겨 밤새 게시자의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한다. 게시자는 "제가 (눈물을) 그칠 즈음 되니까 자기가 아는 24시간 카페가 있다고 핫초코라도 마시러 가지 않겠냐고 하시던데 제가 단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는 모르셨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그분은 그렇게 밤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어요. 생각보다 어려보이시더라고요. 실제로 어리기도 하셨고요"라고 덧붙였다.

게시자는 자신을 위로한 여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손을 잡아주셔서 고마워요. 제 세상은 어둡지만, 당신의 세상은 항상 빛나기를 원해요. 제 세상은 이미 어그러졌지만, 당신의 세상은 항상 아름답기만을 바랄게요. 고마워요."라며 글을 맺었다.

서강대숲 #23996번째날갯짓: 2017. 12. 20. 오전 <#고민> 며칠전 마지막 하루를 계획하며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릴려고 했던사람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있다는건 제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저녁까지 먹...

서강대학교 대나무숲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게시자는 앞서 지난 17일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다음 날 저녁 마포대교에 갈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같은 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소식으로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거나 우울감이 가중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게 좋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모두 24시간 운영) 서비스나 사이버 상담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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