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하다 '대통령 입' 된 김의겸, 어느 교수가 작심하고 한 쓴소리

2018-01-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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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후임에 김의겸 전 기자를 내정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 / 청와대 제공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 / 청와대 제공
한 대학 교수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기자 옷을 입고 권력에 질문하던 자가 옷을 바꿔 입고 권력의 편에서 답변한다. 이런 선배를 보고 후배 기자들은 뭘 배울까"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김의겸 전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된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 글을 남겼다.

이준웅 교수는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가 결국 청와대로 간단다. 언론사 현직 기자가 정부 대변인으로 직행하는 '적폐'를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본다고?"라며 "한국 언론은 여러 문제를 갖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최악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제까지 기자 옷을 입고 권력에 질문하던 자가 오늘 옷을 바꿔 입고 권력의 편에서 답변한다. 이런 선배를 보고 후배 기자들은 뭘 배울까"라며 "이런 길을 가려는 기자들이 있는 언론사를 보면서 시민들은 뭘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라고 했다.

이준웅 교수는 기자로 일하다 이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던 이동관(동아일보 출신), 윤창중(문화일보 출신), 민경욱(KBS 출신) 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중앙 언론사에서 '잘 나가던' 기자들일수록 이런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오퍼를 거절하지 않는 게 우리 언론이다. 그런 길을 오히려 찾아다닌다"며 민경욱, 이동관, 윤창중... 이 찬란한 명단에 김의겸이 이름을 올리다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자 출신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강화하고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반복하는 한 언론개혁이고 뭐고 소용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자가 스스로 자기가 몸 담았던 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지경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후임에 김의겸 전 기자를 내정했다.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은 1990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했다. 이후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사회부장과 정치사회 담당 부국장을 역임하고 논설위원과 편집국 선임기자를 지냈다.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 시절인 지난 2016년 하반기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존재를 처음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한겨레신문을 퇴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내정에 대해 이준웅 교수가 작성한 글 전문이다.

한국 언론에게 이모저모로 '의미심장한' 날!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가 결국 청와대로 간단다. 작년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 설이 돌아다닐 때, 난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언론사 현직 기자가 정부 대변인으로 직행하는 ‘적폐’를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본다고?

김기자는 작년 여름 한겨레에 사표를 냈단다. 덕분에 ‘현직 기자’가 ‘행정부로 직행’하는 사태는 피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입 안이 쓰다.

한국 언론은 여러 문제를 갖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최악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제까지 기자 옷을 입고 권력에 질문하던 자가 오늘 옷을 바꿔 입고 권력의 편에서 답변한다. 이런 선배를 보고 후배 기자들은 뭘 배울까. 이런 길을 가려는 기자들이 있는 언론사를 보면서 시민들은 뭘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나는 일간지 국장급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일은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 가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KBS고 SBS고, 동아일보고 한겨레고 마찬가지다. 중앙 언론사에서 ‘잘 나가던’ 기자들일수록 이런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오퍼를 거절하지 않는 게 우리 언론이다. 그런 길을 오히려 찾아다닌다.

민경욱, 이동관, 윤창중 ... 이 찬란한 명단에 김의겸이 이름을 올리다니!

언론인 스스로 자기의 전문적 정체성을 망치는 일이다.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강화하고 언론직의 기회주의를 조장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반복하는 한, 언론개혁이고 뭐고 소용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자가 스스로 자기가 몸 담았던 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하는 지경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 현장의 취재 기자를 만나 보면 한국 언론에 대한 염려가 많습니다. 며칠 취재해서 기사 몇 개씩 써야 하는 험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회사 사정을 염려하고, 한국 언론을 걱정하고, 저널리즘의 미래에 불안해 하죠. 저는 말해 주고 싶네요. 여러분 선배들을 걱정하세요. 기회만 오면 정부 부처로 또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서 여러분을 상대하는 일을 맡는 선배들을 걱정하세요.

** 미국도 그러지 않냐구요? 천만에요, 간혹 ‘전직 언론인-대변인’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주 예외적이랍니다. 백악관 대변인이란 자리 자체가 엄청난 전문적 정무직이라서 대통령과 함께 정치 캠페인을 몇 개씩 경험했던 이른바 ‘소통국장(comm director)’이 주로 그 일을 맡습니다. 소통국장이란 선출직 정치인을 도와 선거운동과 공중관계 총괄을 담당하는 자입니다.

언론인 출신은 이런 전문직을 맡을 ‘핏’이 안 된다는 겁니다. 예외적인 경우로, 지난 오바마 정부에서 잠시 백악관 대변인으로 있었던 TIME 출신의 제이 카네이, 아들 부시 정부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폭스(!) 논평가 출신인 토니 스노우 정도가 기억납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