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꽃장식까지”... 뻣뻣했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2018-05-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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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서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일 정상회담 오찬 테이블에 등장한 태극기 꽃장식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한일 정상회담 오찬 테이블에 등장한 태극기 꽃장식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뻣뻣했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일 정상회담과 오찬을 했다. 오찬 자리에는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서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오찬 테이블에 '태극기'를 형상화한 꽃장식이 놓여져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네 차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으로 "한국과 일본 정상과 수행단이 배석한 회담장 가운데 특별한 꽃장식이 놓였다"며 "흰색 리시안셔스와 붉은 장미, 푸른 팬지 꽃으로 만든 태극기 센터피스"라고 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준비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케이크
아베 일본 총리가 준비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케이크

이색적인 장면은 또 있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취임 1주년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선물했다. 케이크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드립니다"라는 한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문 대통령 방긋 웃게 만든 아베 총리 '깜짝 선물' (취임 1주년 기념)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는 1년 사이에 4번 정상회담을 했고, 12번 전화통화를 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그리고 지역 평화와 안전을 위해 의사소통을 잘 하고 잘 공존해 나가길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관계개선을 바라는 발언이었다.

지난 9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 9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몇 달 전만해도 한국과 일본은 '경직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본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 문재인 정부를 향해 거듭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열린 한일 정상회담 분위기는 무거움 그 자체였다. 당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를 전하며 "아베 총리는 고압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했다"며 "문 대통령은 '내정 간섭', '주권 침해'라는 말까지 하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9일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이 뻣뻣했던 태도를 전환한 데는 '재팬 패싱'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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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 총리 등 일본 정부는 '재팬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일본에서는 '한일중 정상회의'도 열렸다.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손을 꼭 잡고 포즈를 취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2018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도 채택됐다.

특별성명에는 "일본, 중국, 한국 정상들은 금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특히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등 관련 당사국들의 추가 노력들이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해 당사국들의 우려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2018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 전문이다.

우리 일본, 중국, 한국 정상들은, 현재 북한을 둘러싼 긍정적인 진전을 위해 그간 국제사회가 경주해온 모든 노력들을 평가한다. 일본과 중국의 정상들은 특히 4월 27일 역사적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공동 목표로 확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합의된 ‘한반도 평화, 번영 및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평가하고 환영한다.

우리 일본, 중국, 한국 정상들은 금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특히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등 관련 당사국들의 추가 노력들이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해 당사국들의 우려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우리는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이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