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단 한번도 언급 안했다” 사상 첫 민주당 구미시장 취임사

2018-07-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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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미시장 글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지방선거 사상 첫 민주당 구미시장 취임사가 관심을 모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이자 보수 텃밭인 경북 구미시에서 당선됐지만, 취임사에서 단 한 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구미의 꿈과 미래'를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2일 구미시청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세용 시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구미시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경제 성장의 상징적인 도시이다. 그것이 우리의 크나큰 자존심이었다"며 "그러나 50년이 흐른 지금, 많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면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이뤄가야 한다"고 했다.

장 시장은 "제가 꿈꾸는 구미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약속한 일들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제 뒤가 아닌, 저와 함께 걸어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영광의 타이틀은 내려놓고 오로지 시민을 바라보고, 미래를 고민하며 구미의 재도약을 이뤄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장세용 구미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장세용 구미시장 글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장세용 시장은 구미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구미텐인텐'에 구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적은 장문의 글을 올렸다.

“구미 유권자 울컥하게 했다” 사상 첫 민주당 구미시장 커뮤니티 글

이 글을 읽은 '구미텐인텐' 회원은 댓글로 "현재 구미시민이라면 느끼고 있는 내용으로 아주 잘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신다"고 했다.

당시 '더쿠'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장세용 구미시장 글이 확산됐다. 더쿠에는 "구미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글", "잘 쓰여진 자소서를 보는 느낌"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2일 발표한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43만 시민 여러분!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민선 7기 구미시장 장세용입니다.

오늘 저는, 그 어느 때 보다 큰 기대와 떨림,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통해 구미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많은 분들의 바람, 이것이 바로 민심(民心)이고 천심(天心)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여러분께서 제게 보내주신 마음을 하늘같이 받들어, 진정으로 시민이 주인되는 구미시를 만들겠습니다.

오늘 취임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많은 분께서 자리해 주셨습니다. 시민 여러분, 국회의원님, 도의원님, 시의원님, 기관 단체장님들을 비롯해 참석해 주신 모든 내·외빈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땀과 열정으로 오늘의 구미를 일군,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 우리 구미시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경제성장의 상징적인 도시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크나큰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50년이 흐른 지금, 많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외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은 더 팍팍해졌으며 국내․외의 경제 환경은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구미시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면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이뤄가야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구미혁신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함께 할 새 동반자로 여러분은 저를 선택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구미를 염원하는 시민 여러분! 구미는 제 소중한 고향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제 고향을 위해 남몰래 품었던 꿈이 있었습니다. 40여 년 전 저는, 중앙시장의 건축 공사현장에서 야간 경비를 했습니다.

새벽녘에 막 준공했던 구미대교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벌판에 장차 어떤 도시가 생겨날지 궁금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도시를 제가 한번 경영하리라는 막연한 꿈을 가졌던 때도 바로 이 즈음입니다.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 지역특색이라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것 등 때론 안에서보다 밖에서 보면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를 키워 준 구미와 제가 깨우친 삶을 더해 제 평생을 살며 배운 지식과 경험과 열정을 제 고향 구미를 위해 모두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너무 욕심 부리지도 않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부터, 꼭 해야 할 일부터 미루지 않고 차근차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 구미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이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노동자가 자긍심을 갖는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청년들이 구미에 취직해 결혼하고 정 붙이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어르신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여성들이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부담이 아닌 행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구미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열망하는 시민 여러분! 이제 구미는 새 역사의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참 좋은 변화의 새바람, 당연히 시민 여러분의 눈높이에서 시작하겠습니다. 민생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새로운 미래 100년, 구미 발전의 밑그림을 그려 나갈 것입니다. 도시와 사람, 기업과 사회, 자연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재생에서 출발하여 중장기적으로 산업단지 활성화와 균형 잡힌 도시공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지역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5공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업을 유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시 공간 재구성을 통해 부족한 문화공간과 시민광장을 조성하고, 다양한 생활스포츠와 즐길거리를 늘려 시민생활에 풍요로움을 더하는 광장과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의 삶터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앞장서고, 사회적 생태를 책임지는 농업의 보호와 발전을 통해 그 역할을 키워 나가겠습니다.

구미와 인접 도시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물류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주차난 걱정이 없는 대중교통 친화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충분한 토론을 바탕으로 직접 정책을 결정하는 협치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시민 모두가 시장이자, 또 시정의 주인으로 적극 참여해, 일부를 위한 구미시가 아닌,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구미시를 만들겠습니다.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1,600여 공직자 여러분! 구미의 오늘이 있기까지 공직자 여러분의 숨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과 함께 여러분의 본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구미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약속한 일들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방식에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공무원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제 뒤가 아닌, 저와 함께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시장과 공직자는 ‘오직 시민! 오직 구미!’를 위해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새롭게 펼쳐진 길을 공직자 여러분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구미시민 여러분! 제가 시장에 당선되자 언론에서는 구미 아니 경북의 선거혁명이라고 앞 다퉈 보도하며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영광의 타이틀은 내려놓고 오로지 시민을 바라보고, 미래를 고민하며 구미의 재도약을 이뤄나가려 합니다.

시민 여러분께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선거기간 보였던 정치적 갈등과 반목은 뒤로 하고 도약과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 구미의 진정한 도시혁명을 반드시 완성하겠습니다. 참 좋은 변화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구미가 되도록 저와 1,600여 공직자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하는 진정한 시민의 봉사자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시민 여러분과 내․외빈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구미시의 기운을 받아 여러분 가정에도 더 큰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로운 구미, 미래 100년을 여는 ‘구미의 르네상스’ 시대가 이제 펼쳐집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7. 2.

구미시장 장 세 용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