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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강제 철거된” 울산 한 특성화고 대자보 사건 전말

    • • 교내 성희롱·불법촬영 사건에 학교 측 대처가 `2차 가해`라고 비판
    • • 재학생·졸업생 고발 이어져...“이번에야말로 학교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
    울산의 한 공립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 폭언과 부당한 사생활 침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학교의 미흡한 대처를 고발하며 '미투 운동'에 나섰다.

    지난 21일 이 학교 복도에는 학생들이 직접 쓴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지난 7월 한 남학생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불법촬영을 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2차 가해를 했던 교사들과 학교 측 대응을 문제삼았다. 

    이하 트위터 '울산OOO고 고발합니다' 계정 제공




    ◈ "'교내 성희롱 사건' 2차 가해 사과하세요" 

    학생들 주장에 따르면 해당 가해학생을 고발한 피해학생들에게 담당 학생부 교사는 "너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라며 "이게 변호사 대동한 사례도 있고 커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피해학생들이 교무실에 찾아갔을 때 전 교장은 "여학생 여럿이서 남학생 하나를 몰아가냐", "너희가 포용하고 그래야지", "걔가 너희들 신고했다, 너희가 힘들어진다"라며 회유와 질책이 섞인 발언을 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피해자를 겁줘 신고를 취소시키고 일을 덮으려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교사들도 학폭위 전후로 "왜 너희들끼리 일을 키우냐", "(가해학생도) 반성하고 있다", "이 학폭위로 너만 상처받은 게 아니다. 선생님도 상처받았고 (가해학생도) 상처받았다"라고 피해학생들에게 말했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3줄 정도의 사과문을 쓰게 하고 피해학생들에게 각자 우편으로 보내는 것으로 처분을 끝냈다. 문제는 피해학생들에게 성희롱과 불법촬영 사실을 알린 여학생에게도 '명예훼손'이라며 같은 처분을 내린 점이다.

    당시 피해학생들 중 한 명이었던 A양은 위키트리에 "확실한 증거도 있는 사건이었는데 그걸 알린 학생과 가해학생이 동일한 처분을 받았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라며 "학교 측 2차 가해와 미흡한 대처, 가해학생을 감싸는 태도에 매우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학교는 계속 '중립'이라는 입장을 방패로 가해자 편에 섰다. 학교는 언제나 학생의 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냐"라며 학교 측의 사과와 향후 2차 가해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를 10분도 지나지 않아 철거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선생님들끼리 상의하겠다"라며 대자보를 돌려주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 "남자 사감이 여학생 기숙사 검사...속옷·잠옷 차림인데도 불쑥"

    학생들은 또 기숙사 점검 과정에서 부당한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에 따르면 여학생 기숙사방에 남성 기숙사 사감이 소지품을 검사한다는 이유로  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다. 

    재학생 B양은 고발글에서 "1년 전 쯤, 기숙사에서 샤워를 막 하고 나와서 위에는 속옷 착용 없이 티셔츠만 입고 밑에는 속옷만 착용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남성 사감 선생님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속옷 차림으로 마주쳐야 했다. 저는 황급히 샤워실로 들어가 숨었다. 사감 선생님은 방을 점검해도 되냐는 말도 없이, 옷을 입을 시간도 주지 않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왔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재학생 C양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위키트리에 "남자 사감 선생님이 밤중에 아무 이유 없이 저희 방에 노크하고 대답할 새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제가 막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때라 속옷 차림이었고 친구들이 '얘 옷 안 입었어요' 하고 막으려고 했는데 (선생님은) '뭐 노크했잖아' 이런 식으로 대답하시곤 계속 들어오셔서는 안 자냐고, 빨리 자라 이런 말만 대충 하고 나가셨다"라고 말했다.

    C양은 "당시 12시 가까이 된 시간이었고 11시 반 넘으면 소등한다는 기숙사 규칙에 따라 소등해두고 있었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라고 했다. 

    여학생들은 수 차례 학교 측에 "기숙사 검사가 불가피하다면 여성 사감에게 검사를 받겠다"고 요청했지만 학교는 여성 사감이 한 명뿐이라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지난해에는 남성 사감이 여학생 기숙사방에서 속옷통을 검사했던 사실이 밝혀져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교장은 남성 사감이 여학생 기숙사를 검사하는 걸 그만두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이후 남성 사감은 방장들을 대동해 여학생 기숙사방에 들어와 옷장과 캐리어, 빨랫통을 바닥에 쏟게 시킨 뒤 "너희가 직접 한 거니 군말 말아라"라며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위키트리가 학생들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 차례 학교에 연락을 했지만 학교는 "담당 (학생부) 선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사감실 역시 문제가 된 남성 사감에 대해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는다"라며 "사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공포스러웠던 2016 '금속탐지기' 사건

    해당 학교는 2016년에 휴대폰 소지 여부를 검사하겠다며 금속탐지기로 여학생 신체를 검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직접 사건을 겪었던 졸업생 D씨는 "갑자기 수업 중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손 머리 위로 올리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다짜고짜 여자 선생님이 금속탐지기로 학생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훑었다. 금속탐지기는 브래지어 후크에도 반응했고 다수 남학생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우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검사는 계속 됐다"라고 증언했다.

    3학년이었던 D씨는 당시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의학과 상담을 다녔다고 했다. 해당 사건을 보도했던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교실에 시계를 달아달라고 할 때는 예산 타령을 하던 학교가 거액을 들여 금속탐지기를 사더니 학생들 몸 검사에 나섰다. 이것이 우리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행태라는 게 큰 충격"이라고 하소연했다.

    [발굴] 학교측 "직접 검사 어려움 커 구입"... 학부모 "우리 아이들이 범죄자냐"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 "왜 이제 와서 지난 얘기 꺼내냐고요?"

    대자보가 강제 철거된 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울산 OOO고 미투'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교사의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문제삼는 재학생과 졸업생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계정 '울산 OOO고 고발합니다'에는 단 하루 만에 제보된 고발글 40여 건이 게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대자보를 쓴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300명 내외 정도로 학생 수가 적고, 특성화고등학교 특성상 2003년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근무하는 교사들도 상당수다. 선후배 사이도 매우 가깝고 잘못 찍히면 3년 내내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있어도 참았고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도 끝났고 후배들을 위해 이제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라며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는데 피해자가 더 나오는 것을 막고 싶었다. 학교가 제대로 사과하고 대처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를 시작하니 재학생과 졸업생을 가리지 않고 문제의식에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같이 목소리 내주시는 분들이 멋있고 학교가 이번에야말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혜연 기자 baguett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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