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만마 유치한 김범석 쿠팡 대표, '한국의 아마존' 향한 거침없는 질주

2018-11-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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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로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2조2500억 투자 유치
물류 인프라·결제 플랫폼 강화 등 기술 투자로 아마존 꿈꾼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국내 이커머스업체인 쿠팡이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조2500억원(20억달러)을 추가 투자 유치를 하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3년 연속 적자, 자본 잠식 등 재무적 어려움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던 시장에서도 거액의 투자로 우려를 한번에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IT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의 10억달러(1조1000억원) 투자 뒤 이뤄진 추가 투자다. 해당 투자금은 국내 인터넷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이다. 외신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투자액의 4배가 넘는 90억 달러로 평가했다.

소프트뱅크 투자의 배경에는 유통, 물류시스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엔드-투-엔드(End-to-End) 쇼핑 경험을 새로이 만들고 있는 쿠팡이 아마존과 같이 혁신적인 인터넷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는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마존의 성장 방식을 따르고 있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 수년간 적자 누적을 감수하면서 직매입과 저가 정책, 타사 대비 빠른 배송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했다. 쿠팡 역시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리는 판매 중개 방식보다 직접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배송 시간을 단축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오픈마켓을 포함한 온라인 판매업체들 가운데서 매출액 규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거래액으로는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약 15조원 추정)에 한참 못 미치는 5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쿠팡의 전략이 국내에서 통할지를 놓고 업계에선 회의적 의견이 더 많았다.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까지 온라인쇼핑을 강화하면서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쿠팡이 물류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면서 재무적 위기도 부각됐다.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가 축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 이른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쿠팡의 경영 방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이 부각됐지만, 이번 투자로 이런 시선을 잠재우게 됐다. 무엇보다 국내와 국외가 쿠팡을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달랐다는 측면에서 쿠팡의 사업모델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쿠팡은 이번 투자금으로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 기존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를 더욱 벌린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올해 일반인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 등 신규 사업을 선보이면서 적지않은 프로모션 비용을 투입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쿠팡맨 1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도 공식 출범시켰다. 당분간 적자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신선식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도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신선식품 외 일반 상품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티몬은 오히려 신선식품을 접으려는 가운데 11월 중순 서울 잠실 등 일부 지역에서 식음료 사전 주문 서비스 ‘쿠팡이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앱을 통해 음료와 음식 등을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은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가치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김 대표가 이끄는 쿠팡이 미래의 아마존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투자가 큰손인 손정의 회장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쿠팡으로썬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격이다.

home 정문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