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산업계 핫이슈] 최저임금부터 BMW화재사건까지

2018-12-31 15:40

add remove print link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 신음·주52시간 근로제 따른 기업문화 변화
자동차를 비롯한 조선해운 등 최악의 한해속에서 반도체 나홀로 호황이 버팀목
물가상승에 경기침체에 더해 잇따른 규제에 부동산시장 '돈맥경화' 강남집값은 '글쎄'

경제 6개 단체가 지난 7월 2019년 최저임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중기중앙회
경제 6개 단체가 지난 7월 2019년 최저임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중기중앙회

올해 국내 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큰 진통을 겪었다. 반도체를 앞세운 전자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차부품산업, 조선, 기계 등 이른바 굴뚝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편중된 성장이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위키트리가 올 한해 산업계에 달군 핫이슈들을 정리했다.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로

올해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통상 7%대 인상률을 유지하던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16.4%나 오르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상당한 후폭풍을 겪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시간 한도를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근간으로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책 시행되자마자 고용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을 나타내며 산업계 전반에 경제위기론을 불러오게 됐다.

▲한국경제 1등 공신 반도체

한국경제를 반도체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도체가 1000억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한국 무역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17조원이 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중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1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반도체 비중이 77.7%에 달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이익 6조47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57%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영업이익률 50%를 돌파했다.

다만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 둔화가 속 미·중 무역전쟁, 정부의 기업규제 등으로 힘든 상황이 예상됐다.

▲잇따른 규제와 규제에 부동산 '돈맥경화'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11월까지 누계로 8.22%나 뛰어 2006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들어 국토부가 내놓은 수차례의 대책은 정말 말그대로 대책에 불과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가공실이 늘어나고 부동산 거래가 단절되는 등 실물경기는 얼어붙었지만 강남의 집값은 4분기까지 오히려 치솟았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는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서울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크고 작은 대책을 수차례나 쏟아냈다. 그러나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부작용이 일어나면서 부동산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9월13일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고 3.2%로 올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서울 집값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3기 신도시’ 계획도 꺼냈지만 중간에 예정지역이 소문을 통해 흘러나가는 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상황이다.

한편으로 지방의 아파트 값의 경우 2016년 이래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역부동산은 더욱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경기도 김포신도시 등은 공실상가가 몇년째 방치돼 유리창에는 '매매 및 임대'라는 단어가 널부러져 있는 건물이 곳곳이다. 집주인들은 금융이자 부담 등 부도위기에 처해있고, 새로분양하거나 임대전환한 김포시 등 경기북부쪽 아파트는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집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와 지차체가 내놓은 신도시 장밋빛 전망도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불신이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숙제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기침체는 현정부의 지지율마저 떨어트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

▲신뢰회복에 나선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는 올해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하면서 오너리스크를 해소했다.

반도체 초호황 속 삼성전자는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했으며, 지난 8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직접 고용안’도 발표했다.

그간 논란이 돼 왔던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반도체 백혈병 논란 종지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접채용 등에도 나서며 신뢰 회복에 힘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검찰은 칼날은 끊임없이 삼성을 겨냥했고,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을 겪는 등 어느해보다 고단한 한해를 보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시대 개막

현대자동차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한 2889억원에 그치며,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와 비교해 66.7% 하락한 117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위기 속에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몽구 회장 시대의 핵심 인물 일부를 2선으로 퇴진시키고 고성능차 등 연구개발(R&D)의 핵심수장에 외국인 임원을 파격적으로 승진시켰으며,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50대의 젊은 사장단을 위주로 경영진을 새로 꾸렸다.

지난 12월11일 수소경제라는 신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를 선언하고, 미래 친환경차로 부각되고 있는 수소전기차 시대를 넘어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뉴스1

▲LG그룹 구광모 ‘4세 경영’ 시대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지난 5월20일 73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후,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11월에는 구광모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아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지분 15%를 확보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약 9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는 향후 5년 간 분납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진행된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경영 스타일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의 부회장단을 유지하면서도 그룹 전통인 순혈주의를 깨는 외부수혈을 선보이는 등 과감한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다른 그룹들도 3ㆍ4세 경영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S그룹은 3세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도 GS칼텍스 대표이사로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사장을 임명했다.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

지난 2월13일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며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전 산업계에 큰 폭풍이 불어 닥쳤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한국에서의 사업 지속 여부를 사실상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며 정부와 노조를 압박했다.

결국 노조는 임금 동결을 포함한 자구안에 합의하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며 한국지엠의 전면 철수를 막았다. 하지만 한국GM이 경영정상화 계획의 일환으로 R&D 법인분리를 추진하자 한국지엠 노조가 이에 반발했다.

지난 10월 법인분할을 두고 한국지엠이 임시주총을 강행하자, 산은은 결의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까지 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12월18일 최대주주 제네럴모터스(GM)과 산은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고 연구개발(R&D) 법인(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주식회사) 분리 안건을 상정, 통과시켰다.

/뉴스1
/뉴스1

▲BMW 연이은 화재사태에 독일차 불신 키워…은폐·축소 의혹에 집단소송도

올해 잇달아 발생한 BMW 차량 화재사태는 소비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긴 것은 물론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과정 등에서 BMW코리아측의 해명과 다른 사실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계속된 화재사고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교통안전공단에 화재사고 원인 조사를 지시했고, BMW코리아는 얼마 뒤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모듈의 이상에 따른 화재발생 우려가 있는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월24일 브리핑을 갖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근거해 BMW코리아를 검찰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화재사고와 관련 112억원의 과징금에 형사고발, 리콜조치 등을 당하게 되면서 내년까지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BMW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을 속이거나 기만한 점으로 인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와 최근 벤츠의 유사한 조작사태로 인해 독일자동차에 대한 대국민 신뢰는 사상 최악의 이르렀다. 이들 독일계 자동차사들은 일련의 사태과정에서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사실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정확이 검찰 등에 포착돼 고발 조치되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5G 상용화…KT화재 사건 따른 통신망 안전문제 부각

통신 시장은 차세대를 선도할 5G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동통신3사는 5G 조기 상용화를 선언하고 지난 1일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첫 전파를 송출했다.

5G는 이론상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약 20배 빠른 통신 속도를 제공한다. 전세계 최초로 진행된 5G 상용서비스는 기업간거래(B2B)를 우선으로 상용화되며,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5G 스마트폰은 내년 3월 이후 출시될 전망이다.

5G 시대 개막으로 통신 기술의 발전을 뽐낸 이면에는 취약한 통신망 민낯이 드러나면서 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1월25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중구·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와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유선전화·인터넷·휴대폰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통신망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한진가 오너·기업 갑질 논란, 금호 기내식 대란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광고회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을 뿌린 '물컵 갑질'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침묵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씨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등 한진 일가의 다른 갑질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이후 사태는 한진 일가의 횡령과 배임, 밀수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는 경찰과 관세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불러왔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도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공급사 LSG스카이셰프에게 거액의 투자를 요구했다는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새로운 기내식 공급사가 제대로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항공업계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발생을 야기했다. 이후에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사인 대한항공 탓을 하는 등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켰다. 이 기간 박삼구 회장의 딸 박세진(40) 씨를 금호리조트의 상무로 입사시킨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금호리조트 상무로 선임된 박삼구 회장의 딸 세진 씨는 '신입사원 임원'으로 그룹 내 근무 경력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기자들에게 "딸을 예쁘게 봐달라"며 "(금호리조트는) 그룹으로 보면 아주 작은 회사다. 거기에서 훈련을 하고 인생공부도 하고 사회공부도 경영공부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해 기내식 논란과 맞물려 더욱 화를 키웠다.

정은미·정문경 기자

home 정은미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