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분간 기업인 경청하며 올해 네번째 경제행보 마친 문재인 대통령

2019-01-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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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문 대통령 “좋은 일자리 중요”
일부 기업인들과 25분간 산책…대한상의 통해 '이니시계' 선물

이하 청와대 제공-뉴스1
이하 청와대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조소영 기자, 양새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 등에서 대기업, 중견기업인들과 만나 약 150분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 내 관련 전담 지원반을 가동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기업들이 앞으로 고용창출에 더욱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9 기업인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대기업 대표, 중견기업인 등 130여명의 기업인들과 '각본 없는 만남'을 가졌다.

이는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의 네 번째 경제행보다.

문 대통령은 △기해년 맞이 신년회(1월2일·중소기업중앙회 개최, 4대 기업 총수와 중소·벤처기업 창업가, 소상공인 등 참석) △서울 중구 '메이커 스페이스'와 '성동구 수제화거리' 방문(1월3일)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1월7일·청와대 영빈관)를 가졌다.

이날 기업인들은 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30분부터 삼삼오오 영빈관으로 들어섰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행사장 입구에서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노 실장에게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해야될 일"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노 실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노 실장은 이 부회장과 인사한 뒤 악수하고 명함을 주고받기도 했다.

행사 시작 전에는 미국의 엔터테어니자 기업가인 피이너스 테일러 바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위대한 쇼맨'을 비롯해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영화음악이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께 이날 행사 사회자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영빈관으로 입장했다. 검은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갖춰입은 문 대통령은 먼저 일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 좌석 양쪽엔 4차 산업혁명 대표주자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중견 여성기업자로서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이 각각 발탁돼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모두발언을 통해 참석자들을 향해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하는 한편 상생협력, 고용 등과 관련해 당부의 말들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오셨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여러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박용만 회장을 사회자로 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됐다. 박 회장은 문 대통령과 정부·국회 관계자들에게 "불편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경청해달라"고 했다.

첫 질문자로는 황창규 KT회장이 나섰다. 황 회장은 빅데이터상의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에 "관련 법이 17일부터 발효된다"며 "지원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규제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이 회장이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실패하면 자동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한 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의 경우,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집중적으로 노력해달라"고 했다.

최태원 SK회장은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국회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묵혀있는데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 회장의 언급 중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치켜세웠다.

이후에도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이 신한울 3·4호기 공사재개 요청, 박용후 성남상의 회장이 남북경제협력에 대해 건의했다.

이중 신한울 공사재개와 관련해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전반과 모순된다"며 "공사를 재개한다해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의 민관협력과 관련해 "국제 경제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며 "제재가 풀리기 전에라도 조사연구를 선행하고 표준화 등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의 준비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요즘 대기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에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고 했다. 손경식 CJ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며 "기업이 투자확대에 매진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는 17명의 질의자를 끝으로 오후 4시께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라며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노력에 감사한다.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계속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박용만 회장과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 총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과 함께 '영빈관~본관~불로문~소정원~녹지원' 코스로 약 25분간 산책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산책에 나선 이들은 모두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글귀가 새겨지고 커피가 든 '청와대 보온병'을 손에 들었다.

산책은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미세먼지에 따른 공기청정기 사업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서정진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건강관리는) 못한다. 포기한 거죠"라고 답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을 향해선 "요즘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때문에)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산책 막바지에 현 회장과 악수를 하면서 "속도를 내겠다"고도 했다.

산책을 마친 후 박용만 회장은 승용차로, 다른 기업인들은 청와대에 올 때 탑승했던 단체버스를 타고 각각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는 "오늘 참석자들에게는 (기념품으로) 대한상의를 통해 손목시계(이니시계)가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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