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행 하늘길 쟁탈전…제주항공vs아시아나 2파전

2019-02-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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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항공권 가격 낮춰 소비자 선택 폭 넓혀야”
아시아나, 844석 규모·운항 횟수 주 3회 A330 적격
"해당 노선 누가 확보하냐 따라 올해 실적도 영향”

높은 사업성을 자랑하는 인천-울란바토르(몽골) 항공 운수권을 따내기 위한 국내 항공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사진/연합
높은 사업성을 자랑하는 인천-울란바토르(몽골) 항공 운수권을 따내기 위한 국내 항공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사진/연합

한국과 몽골 간 운수권 배분 결과 발표가 1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확보를 두고 항공업계의 눈치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저비용항공(LCC) 업계는 소비자 편익과 운수권 평가 항목에 포함된 ‘사회적 책임 및 기여도’를 앞세우며 LCC 진입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갑질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운수권 활용도를 위해선 자사 290석짜리 A330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26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고 ‘인천-울란바토르’ 항공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취항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과 몽골 양국이 지난달 항공회담에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1국 1항공사 체제를 1국 2항공사 체제로 변경하고 운항 편수도 주 6회에서 9회로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통해 총점 110점을 평가 항목마다 배분해 심사한다. 이번 운수권 배분은 지금까진 없던 기준인 ‘공정한 경쟁시장 확립 기여도’(10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5점) 항목이 적용된다.

해당 노선은 지난 25년간 대한항공이 독점 운영해왔다. 이 노선은 수요는 넘치고 공급이 적은 구조로 증편이 요구돼왔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몽골간 항공 수요는 33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항공길인 만큼 국내 항공업계들은 너도나도 출사표를 냈다.

LCC 중에선 제주항공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거점 다변화 노력 등에 힘입어 LCC 최초로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LCC가 국내에 등장한 지 13년 만이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을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이 운항하고 있어 독과점 해소 차원에서도 다른 항공사에 배정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올해 신규 LCC 사업자를 선정하고 조건부 면허발급 기준을 세운 점도 독과점 해소가 궁극적인 목표인 만큼 몽골-한국 노선도 특정 계열 항공사에 쏠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LCC들은 소비자 편익도 앞세우고 있다. 몽골-한국 운수권은 성수기 기준 100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운행 거리(약 3시간 30분)가 비슷한 홍콩 노선의 경우 30만원대에 판매된다. LCC가 진입한다면 홍콩노선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LCC 한 관계자는 "과거 괌·사이판 등 노선에서도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하던 시장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취항하면서 가격을 낮췄다"며 "독점해소와 항공권 가격 인하 등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에서도 LCC 투입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도 LCC 진입의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 국토부는 사회적 물의 일으킨 항공사 운수권 배분 제한, 독점 노선 운임 및 서비스 주기적 평가 등 운수권 배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밝혔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 딸 낙하산 인사 논란과 기내식 대란으로,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갑질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적사 중 유일하게 이 노선을 운영해온 대한항공과 정부의 운수권 제재가 진행 중인 진에어 역시 신청서를 냈다. 두 항공사는 운수권을 추가 확보하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추가 배분 이후 잔여 좌석 확보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기 투입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항공회담에 따른다면 늘어난 좌석 규모는 주 844석, 운항 횟수는 주 3회다. 즉 1회당 280여석을 소화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290석짜리 A330을 투입해야 운수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누가 운수권을 취득할 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운수권 평가 항목에 ‘사회적 책임 및 기여도’ 등이 포함된 만큼 LCC가 따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한국-몽골 노선은 수익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해당 노선을 누가 확보하냐에 따라 올해 업계 실적도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