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글을 마쳤다” 위로 쏟아진 서울대숲 극단적 선택 암시 글

2019-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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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페이스북 '서울대숲' 페이지에 올라온 삼수생 새내기의 극단적 선택 암시 글
“더럽고 우울한 인생, 고해성사나 하고 가겠다.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하 셔터 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하 셔터 스톡

서울대 입학을 앞둔 삼수생 새내기 글이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이번에 새로 입학한 새내기에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더럽고 우울한 인생 고해성사나 하고 가려고요"라고 말하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관한 이야기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글쓴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었다"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쁘고, 오빠가 워낙 엘리트라서 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애정 같은 건 받아본 적 없고 맨날 비교당하고 무시당하고 후려침 당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고2 때쯤 인생 최대의 오점이었던 부모님과 연을 끊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중학교 때가 시작이었다"며 괴롭힘을 당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뻔한 괴롭힘으로 화장실로 데려가서 구정물 끼얹고, 창고에 가둬두고, 걸레라고 소문내고... 뻔하지만 지옥 같은 왕따였다. 한 번은 너무 참기가 힘들어서 울면서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괴롭히냐'고 물었더니 '네가 너무 괴물같이 생겨서 교육해주는 거'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예뻐지기로 마음을 먹었고 고등학교에 올라와 돌출 입 교정을 했다. 그런데 왕따였던 게 알려지면서 계속해서 은따를 당했다. 이후 쌔빠지게 알바해서 재수 전까지 치아교정, 이마, 콧대 필러, 턱 보톡스, 절개 쌍수, 밑뒤 트임까지 했다. 죽을 만큼 노력해 다이어트에도 성공했다. 2년 동안 30kg을 뺐다"고 했다.

그는 "달라지는 제 모습에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저와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와 주는 친구들도 간혹 있었지만, 사회성은 여전히 부족했다"며 "그렇게 학창시절 6년이 왕따를 당하다 끝이 났다. 못생겼단 이유 하나만으로, 원하지도 않은 이 저주받은 얼굴 단 하나 때문에 학창시절 태반이 송두리째 날아갔다"며 참담했던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수능 끝나고 눈 수술까지 하고 나름 이뻐지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지더라. 남녀 할 것 없이 저에게 이유 없는 호감을 주는 것 같았다. 대쉬를 하는 남자가 생기고, 길에서 번호를 따이고, 고백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더러운 인생 얘기가 시작된다"며 "고등학교 때 행실이 더럽다고 소문났었는데, 결국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후 클럽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지만, 여러 문제로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고, 데이트 폭력도 당했다. 도저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약을 먹고 자살 기도까지 했지만 죽지 않았다. 퇴원 후 우울장애, 불안장애 판정을 받고 정신과를 다녔다"고 했다.

그는 "이 시기에 담배도 피웠고,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재수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돈이 없어서 스폰을 받았다. 재수가 끝나면 스폰도 끝내는 조건으로 역겨운 아저씨랑 데이트 몇 번 해주고, 한 달에 몇백씩 받았다. 그 돈으로 친구들한테 빌렸던 돈도 싹 다 갚고, 재수학원도 등록하고, 책도 사고, 성형도 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후 대학교에도 들어갔지만, 남자 좋아한다는 안 좋은 소문이 퍼지고, 학창시절 때 힘들던 와중에도 계속해서 옆에 있어 줬던 당근이(가명)와 사귀게 됐지만, 열등감 때문에 헤어지고, 사회와는 점점 동떨어져 갔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삼수가 끝나고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보내니까 거짓말같이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이렇게 서울대에 합격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학교 정문

그는 마지막으로 "여전히 사람이 싫고 밖이 무섭다. 이제 돈도 없는데 벌기도 싫고, 수술도 못 해서 고치지 못한 하관 들고 다닐 자신도 없고, 의존증 생겨서 약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이런 생활 계속하기도 지긋지긋하고, 먹토하고 약과 술담배를 하면서 망가진 이 인생은 끝낼 때가 된 것 같다"며 "저보다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야 널리고 널렸겠지만, 제 한계는 딱 이 정도다. 삶에 미련이 남은 건지 기억되고 싶은 건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참 웃기다. 그럼 안녕"이라고 남겼다.

현재 이 글에는 "아직 인생을 끝내기엔 이르다", "극단적 선택만 안 하셨으면 좋겠다", "나도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글쓴이 잘못이 아니다" 등 글쓴이를 위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삼수생 새내기가 올린 글 전문이다.

home 윤희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