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라면의 변신 어디까지 알고 있니?

2019-02-27 10:30

add remove print link

농심 ‘해피라면’ 30년 만에 부활…저가시장 점유율 확대 신호탄
팔도, 인터넷 신조어된 ‘괄도네넴띤’ 인기에 정식 출시도 고려
제품에 재미 더한 ‘펀슈머 마케팅’·'뉴트로'로 전 세대 겨냥

국내 라면 시장 규모가 수년째 2조원대 머물며 정체된 가운데 농심과 팔도 등이 이색라면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심은 단종된 옛 제품을 30년 만에 재출시해 소비자들의 추억을 소환하는가 하면 팔도는 언어유희로 제품에 재미를 더하는 ‘펀 슈머 마케팅’으로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이 정체된 데다 가정간편식(HMR) 등의 등장으로 라면의 인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라면 업계는 제품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1990년대 초 단종된 ‘해피라면’을 30여년 만에 부활시켰다. 지난 1982년 탄생한 해당 제품은 진한 소고기국물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가격은 100원으로 신라면 등장 전 농심의 간판 라면이기도 했다. 농심은 뉴트로(new retro·새로운 복고)에 호감을 갖는 젊은 세대와 해피라면을 즐겼던 4050세대를 동시에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가격도 700원(편의점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신라면 보다 20% 저렴한 가격이다. 오뚜기 진라면(750원)보다도 저렴하다. 농심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저가 제품군을 보강해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 오뚜기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54.0), 오뚜기(24.0), 삼양식품(12.9), 팔도(9.1) 순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오뚜기를 비롯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 후발주자들이 히트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농심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농심은 면의 고급화에 차별화를 둔 ‘신라면 건면’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신라면이 처음 태어난 해로부터 33년 만에 나온 제품이다.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했다. 시각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표고버섯 건더기 크키도 더 크게 하고 함량도 늘렸다. 신라면 건면을 탄생시키기 위해 농심은 지난해 여름부터 매주 1회 이상 시식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농심의 건면 출시를 두고 업계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풀무원이 지난 2016년 출시한 ‘육개장 칼국수’는 약 6개월 만에 1000만개 판매고를 기록하며 건면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맛’이다. 건면은 유탕면에 비해 맛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맛’을 어떻게 잡느냐가 시장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팔도는 인터넷상에서 먼저 유명해진 '괄도네넴띤'을 한정판으로 출시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팔도
팔도는 인터넷상에서 먼저 유명해진 '괄도네넴띤'을 한정판으로 출시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팔도

팔도는 매운 맛, 언어유희, 뉴트로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요소를 한 데 쏟아 부은 ‘괄도네넴띤’을 내놨다.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에서 ‘ㅍ’이 ‘고’와, ‘ㅂ’이 ‘너’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다. ‘귀엽다’가 ‘커엽다’로, ‘세종대왕’이 ‘세종머앟’으로 불리는 것이 비슷한 예다. 하지만 팔도 내부적으로는 기성세대가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괄도네넴띤' 한정판 세트는 지난 19일부터 11번가에서 선 판매를 시작해 5일간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5일 배정분 1만5000세트가 완판 되는 기염을 토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원어치다. 식품에 재미를 부여하는 팔도의 ‘펀슈머 마케팅’이 통한 셈이다.

기존 제품보다 5배가량 맵게 만든 점도 흥행에 한몫했다. 할라피뇨 분말과 홍고추가 들어간 ‘괄도네넴띤’은 매운 정도를 표현하는 스코빌 지수가 2652SHU에 이른다. 삼양 불닭볶음면(4044SHU), 핵불닭볶음면(1만SHU)과 비교하면 맵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패키지도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흰색 바탕에 옛 감성의 글자체를 사용했다.

‘괄도네넴띤’의 오프라인 판매는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팔도는 한정물량 500만개 판매 경과를 지켜보고 지속 판매 여부와 후속 제품 출시 등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