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케이블TV 연쇄 M&A가 일어나는 이유

2019-02-22 19:30

add remove print link

유료방송시장 합종연횡 바람 거세…미래핵심사업 '미디어·콘텐츠'로
경쟁사업자수 줄어들며 '규모의 경제' 효과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사옥. 사진/SKT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사옥. 사진/SKT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4일 CJ헬로 인수를 발표하며 신호탄을 쏜 데 이어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를 통한 티브로드 합병에 나섰다. 합산규제 재도입 이슈를 예의주시하는 KT도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여서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이통3사가 유료방송시장에 앞다퉈 M&A를 진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티브로드와 합병을 급하게 발표했다. 회사는 공식 실사는 아니지만, 서류상으로 충분히 검토했으며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 타 매물과 비교했을 때 가입자 수, 방송권역 등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시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지분을 활용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의 현금유출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딜라이브(가입자 206만명) 혹은 현대HCN(가입자 133만명) 등 추가적인 M&A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했을 때 LG유플러스와의 점유율 차이가 좁혀질 뿐만 아니라 추가 인수를 하게 되면 가입자 기준 2위 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결국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된 KT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KT(660만명)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325만명)를 통해 딜라이브(206만명)를 인수 검토 중이다. 딜라이브 인수시 유료방송 점유율은 37.2%(1191만명)까지 올라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게 된다. 다만 지난해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불분명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인수를 진행하긴 어렵다.

궁극적으로 유료방송시장이 이통3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통3사가 M&A를 서두르는 이유는 업계의 캐시카우가 통신사업에서 미디어·콘텐츠 사업으로 옮겨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이통3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본업인 이동통신(무선)사업은 부진한 반면, IPTV(인터넷TV) 등 미디어와 콘텐츠 수익은 두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무선사업 매출액은 전년대비 7.1% 감소한 반면 IPTV(인터넷TV)사업의 연간 매출은 25.8% 급증했고, KT도 무선 매출은 2.3% 줄어든 대신 미디어·콘텐츠 매출은 9.4% 증가했다. LG유플러스 역시 무선 수익은 2.8% 줄었지만 IPTV가 포함된 홈미디어 수익은 12.5% 늘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사옥. 사진/LGU+
서울 용산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사옥. 사진/LGU+

또한 이통3사는 5G 상용화에 맞춰 미디어, 콘텐츠를 미래핵심사업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통한 플랫폼 확장과 더불어 푹+옥수수 합병법인을 통해 전방위 미디어콘텐츠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도 CJ헬로를 품에 안음으로써 콘텐츠 강자인 CJ그룹과의 협력관계 강화 등이 거론된다. CJ와의 제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OTT인 '티빙'과도 구체적인 협력도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M&A를 진해하면서 유료방송사업자수가 줄어들어 경쟁이 완화되고, 그에 따른 미디어부분의 수익성도 높아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면 협상력이 강화돼 콘텐츠 구매비용이 절감되고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케이블TV업체와 IPTV업체가 통합되면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및 디지털 케이블TV 전환이 가속화돼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높아지는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LG유플러스의 경우 CJ헬로 알뜰폰 가입자(79만명)가 이용망을 KT,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바꾸면 그만큼 망이용대가를 받게 된다. 인수 이후 아날로그 CATV 가입자(146만명, 비중 35%)가 IPTV 및 디지털 CATV로 전환하면 가입 자당 매출액(ARPU)이 높아지는 질적 성장도 예상할 수 있다. 유료방송 구조조정이 진행 되면 산업 전반에 경쟁이 줄어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양 연구원은 "유료방송 구조조정은 수익성 향상 측면에서 봤을 때 통신주에 호재"라며 "유료방송 경쟁이 완화되면서 가입자 유치비용이 줄어드는 데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가입자 유지비용도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home 정문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