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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았던 '출발선', E-스포츠 경기장

    • • 메가 웹 스테이션부터 LoL Park까지
    • •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부터

    2019년 현재, '게임 대회를 스포츠로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정도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게임을 스포츠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 생각은 존재하기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뇌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는 바둑, 카드 게임 등의 경우는 ‘프로 스포츠화’된 지 오래다. 게임으로 하는 대회 역시, 막대한 상금과 플레이어들, 팬과 시스템을 갖추고 성행하고 있다. 즉, ‘게임 대회가 스포츠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지금 와서는 그리 중요한 화두가 아니게 됐다.

    e스포츠 경기장의 출발

    지금은 사라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지하에 자리 잡았던 메가 웹 스테이션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리그와 함께 수많은 명경기를 탄생시킨, e스포츠의 태동기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때로 유명한 선수의 경기가 있기라도 한 날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운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쾌적함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냉방조자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불편함을 낭만이라 추억하던 그 시기가 있었기에 e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게 되었다.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린 메가 웹 스튜디오 <이미지 출처: OGN 유튜브>

    비용적인 문제였든 선구자가 겪어야 할 시행착오였든, 메가 웹 스테이션이나 MBC게임의 세중 게임월드와 같은 형태로 e스포츠 경기장이 시작할 수 있었던, 아니 시작해야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기본적으로 1대1을 전제로 해서 출발하고 완성된 리그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선수에게 필요한 공간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좌석 정도면 충분 – 하다고 생각 – 했다.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문제점의 대두

    가장 확실한 문제로 제기된 것은 이른바 ‘귀맵(관객의 반응에 선수의 플레이가 영향을 받는 일)’이었다. 전략과 정보가 중요한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관객이 내지르는 함성과 반응을 100%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기장의 협소함은 필연적으로 선수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오로지 개개인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던 셈이다.

    대표적 귀맵 사례로 거론되는 ABC 마트 MSL 이영호 vs 김택용 경기

    e스포츠가 기존의 스포츠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부분이자, 지금까지도 좀처럼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도 빠질 수 없었다. 축구나 야구, 복싱과 같은 기존 스포츠는 선수가 직접 경기를 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화면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e스포츠 중계에서 가장 큰 비중은 선수가 아니라 그들이 플레이하는 게임 화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선수와 관중의 거리가 멀어도 상관없을 게임 대회에서, 팬들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MBC게임 히어로 센터

    결국 ‘e스포츠 경기장은 플레이를 볼 수 있는 화면과, PC 혹은 게임기만 있으면 된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처음 시도된 방법은 규모의 확대였다. 과거 MBC게임의 히어로 센터, OGN의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의 경우가 이런 케이스다. 방음 부스가 설치되고, 선수와 팬의 간격은 멀어졌으며, 그를 보상하기라도 하려는 듯, 관중에게는 더 많은 좌석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었다.

    게임을 담는 그릇?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2대2 팀플레이 경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대회는 1대1 양상이었다. 하스스톤과 같은 카드 게임이나 격투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서든어택과 같은 FPS 장르의 게임은 5대5가 주류였으며,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ARTS 장르의 경우 또한 5대5의 게임 구조를 갖고 있었다.

    게임마다 부스의 인원은 달라졌다 <이미지 출처: GOMexp 유튜브>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리그도 있었다. 월드오브탱크는 7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부스에 들어가야 했으며, 오버워치 역시 6명의 인원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게임이었다. 심지어 리얼사커라는 게임의 경우에는, 한 경기에 실제 축구와 동일하게 22명의 선수가 참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팀 당 11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리얼사커' 게임 리그

    이처럼 다양한 종목을 소화해야 했던 ‘e스포츠 방송사’ 입장에서, 모든 게임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스 내부를 개조하거나 좌석을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리그는 운영할 수 있었지만,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게임의 재미를 모두 보여주는 것은 시스템 상 불가능했다. 즉 비유하자면, 기존의 e스포츠 경기장은 야구장에서 축구와 농구, 배구와 탁구를 같이 진행한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견된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를 하는 부스에 대한 개념은 어느정도 정립이 끝났지만, 관전을 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팬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였다. 좌석의 위치에 따라 시청이 불편한 곳이 존재했으며, 편의 시설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그동안 운영됐거나 지금도 운영 중인 상당 수의 ‘e스포츠 경기장’이, 기존 시설의 개보수를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결국 e스포츠 경기장은 규모의 확대를 넘어선 새로운 도약을 할 필요가 있었고, 이 부분에 가장 근접했던 경기장이 바로 마포구에 세워진 서울 OGN e스타디움이다.

    <이미지 출처: OGN 유튜브>

    후술할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긴 했지만, 서울 OGN e스타디움의 경우 확실히 최초 공개가 됐을 시점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경기장이었다. 좌석의 규모는 충분했으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방송 제작과 시청의 편의가 고려되었다. 또한 e스포츠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도 – 비록 특정 종목과 방송사에 편중되기는 했으나 – 마련되었다. 여기에 소규모의 스튜디오가 별도로 있었기에,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송과 리그가 열리곤 했다.

    시대의 변화

    하지만 서울 OGN e스타디움도 무결점의 경기장은 아니었다. 우선 교통의 문제가 존재했다. 제한 시간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특히 이 문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항상, 마지막 교통편이 운행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했으며, 쫓기듯 경기장을 떠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식사 등 개인 용무를 해결하기 위한 주변의 부대시설 또한 형편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경기장 구조상, 여전히 시청이 불편한 시야의 사각 지대는 남아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9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가 라이엇 게임즈 자체 제작 및 중계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내세운 새로운 대안은 바로 LoL Park였다.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LoL Park가 내세운 것은 국내 e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 종목 전용 경기장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리그오브레전드 중계만을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관중석의 규모는 기존 경기장보다 크지 않지만, PC방과 라운지 등 부대 시설을 충분히 갖춰 놓았다. 원형으로 구성된 경기장은 게임 시청의 사각이 없으며, 지하철 입구와 가까운 입지 조건 또한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오버워치 리그의 주 경기장인 블리자드 아레나의 경우, 중계하는 경기 종목에 따라 스튜디오 내부의 구조물을 조립하고 철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또한 각 종목에 맞춰서 스튜디오의 구성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전용 경기장이라 볼 수 있으며, 현재 시점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e스포츠 경기장이라 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블리자드 아레나 <이미지 출처: 블리자드 홈페이지>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나 블리자드의 게임 만이 e스포츠의 전부는 아니기에, LoL Park나 블리자드 아레나 역시 ‘완벽’한 e스포츠 경기장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게임의 인기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근 20년을 향해가는 e스포츠의 역사상 그 어떤 게임도 인기의 쇠락이라는 결말을 피한 경우는 없었다. 리그의 명맥을 유지할 최소한의 근거조차 상실하게 되었을 때, 전용 경기장이 맞이할 미래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새로운 종목을 중계하게 되거나, 추억 속으로 사라지거나.

    당연하지 않았던 출발선을 지나

    ‘게임 대회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처럼, e스포츠 경기장은 이미 존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가 주는 감동을, 보다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치가 e스포츠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개념을 갖춘 경기장이 나타날 지, 또 어떤 최신 기술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물론 '완벽한 e스포츠 경기장'은 앞으로도 등장하지 않겠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을 터이다.

    이미 당연하지 않았던 출발선을 지나 앞으로도 계속될 e스포츠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니까.



    ※ 이 글은 IGN 코리아에 실린 글입니다.

    IGN코리아 ign_korea@ign.com
    IGN코리아는 글로벌 게임·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브랜드 IGN의 정식 한국 에디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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