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살벌한 분위기… 중국에서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9-05-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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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폐쇄 등 초강력 통제 조치… “정권안정 위협세력 신고하라” 독려
“사회 전체가 문화혁명 당시 방불”… 정권안정 등 정치적 목적의 통제인듯

장쑤성 쑤저우 시내에 내걸려 있는 '범죄와의 전쟁' 붉은 현수막들.    / 사진/위키트리
장쑤성 쑤저우 시내에 내걸려 있는 '범죄와의 전쟁' 붉은 현수막들. / 사진/위키트리

(이 기사는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위키트리 관계자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전역에 걸쳐 유례없이 강력한 '범죄와 전쟁' 조치에 들어가 전국적으로 유흥업소와 마작방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5월 현재 중국 도시는 물론 내몽고와 같은 내륙 깊숙한 곳까지 중국 전역에 걸쳐 이른바 KTV로 알려져 있는 모든 유흥업소를 폐쇄하고,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락인 마작을 즐기는 마작방을 모두 폐쇄했다.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까운 장쑤성 쑤저우 시내 거리에는 20~30m 간격으로 빨간색 바탕에 노랑 또는 흰 글씨로 범죄와의 전쟁을 뜻하는 '사오헤이추어(扫黒除恶)'의 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쑤저우 시내 교차로의 경우 사방으로 붉은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어 긴장감마저 자아냈다. 심지어 은행이나 상가에 설치된 LED 게시판에도 어김없이 "'사오헤이추어'를 위해 총력 투쟁하자"는 의미를 담은 구호가 계속 노출되고 있었다.

쑤저우 거리를 20~30m 간격으로 뒤덮고 있는 '사오헤이추어' 투쟁 독려 현수막들.     / 사진/위키트리
쑤저우 거리를 20~30m 간격으로 뒤덮고 있는 '사오헤이추어' 투쟁 독려 현수막들. / 사진/위키트리

쑤저우 시내 모든 술집이 폐쇄되는 바람에 이곳에서 일했던 종업원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고 업주들도 고향이나 외국으로 피신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중국인들 사이에 생활화돼 있는 안마업소에는 2~6인실 구조로 나뉘어 있는 안마방의 모든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채 닫을 수 없도록 고정시켜 두었다. 문을 열어두어도 방 안이 잘 안보이는 구조의 안마방에는 반사경 모양이 거울을 달아놓기도 했다. 혹시 모를 위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쑤저우 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평소에 없었던 보행로 출입구에 차단 게이트를 새로 설치하고 경비원이 24시간 감시하면서 모든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쑤저우 시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보행로까지 차단하고 24시간 경비원이 출입자를 감시하고 있다.   / 사진/위키트리
쑤저우 시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보행로까지 차단하고 24시간 경비원이 출입자를 감시하고 있다. / 사진/위키트리

중국 정부는 모든 지방정부에 '사오헤이추어' 전담조직을 만들고 국민들 사이에 불법사항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쑤저우 시내 대형 상가와 같은 건물 내부에는 '사오헤이추어 총력투쟁을 위한 신고 권장'이란 제목의 만화형식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상가 건물 등 내부에 붙어있는 '사오헤이추어' 신고를 독려하는 포스터.  첫번째 항목이 '정권안정에 위해가 되는 세력'이다.      / 사진/위키트리
상가 건물 등 내부에 붙어있는 '사오헤이추어' 신고를 독려하는 포스터. 첫번째 항목이 '정권안정에 위해가 되는 세력'이다. / 사진/위키트리

신고 권장 사항은 11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항목은 '정치 안전, 정권안정에 위협이 되는 흑악세력'이다. 두 번째 항목은 '기층정권과 기층선거를 조종하고 파괴하려는 세력'으로 정하고 있다. 정권안정 등 정치적 목적의 통제가 가장 우선적인 목적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 각종 재개발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하고 폭력을 일삼거나 도박이나 고리대금, 상인들을 위협해 돈을 뜯어내는 폭력조직, 그리고 온라인 상의 음해와 비방 등을 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쑤저우에서 20년 가까이 사업을 해온 K씨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었지만 모든 술집을 폐쇄하고 거리에 온통 붉은 현수막을 내건 이런 적은 없었다"면서 "사회 전체가 문화혁명 당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지 중국인 C씨는 "요즘은 잠깐 불법주차를 하고 돌아서면 어느새 주차위반 벌금 딱지가 붙어 있을 정도"라면서 "그래도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지가 높아 이런 분위기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 5월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께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작년 1월에 '사오헤이추어'를 위한 3년간의 투쟁을 선포한 이후 올해 4월 투쟁 중간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시진핑 주석이 중국 전역의 공안 책임자들을 소집한 비공개회의에서 '사오헤이추어'를 보다 강력히 시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