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술실에서 죽어가는 CCTV 영상을 500번 돌려봤어요”

2019-06-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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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능할까?” 갑자기 사라진 '수술실 CCTV 설치법'
안면윤곽 성형하다 수술실에 방치돼 사망한 남성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두고 논쟁이 뜨겁다.

지난 10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수술실 CCTV 설치법 국민 청원에 동의를 부탁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고(故) 권대희 씨 고등학교 친구다. 앞서 권 씨는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권 씨 유족들은 수술실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여러 명의 성형외과 원장이 동시에 수술을 집도하면서 수술실을 반복적으로 이탈했다.

故 권대희 씨 유족
故 권대희 씨 유족

이뿐만이 아니었다. 권 씨가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지혈을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간호조무사는 무면허 의료 행위도 했다.

간호조무사 만행은 더 있었다. 권 씨를 두고 스마트폰을 만지고 아이 메이크업을 수정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내 친구는 외모에만 관심 가지고 사는 그런 친구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턱이 콤플렉스였다"며 "안면윤곽 수술을 위해 3년간 알바해 2000만 원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성형외과는 그저 돈에 눈이 멀어 안전하다며 수술을 권했다. 심지어 보호자 동의도 없이 대학 동기 동의만 받고 수술을 했다"며 "현재 그 성형외과는 3년째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강남에서 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친구 어머니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미련하게나마 글을 써 힘을 보태주고자 한다"며 "벌써 친구가 떠나간 지 3년이 다 됐지만 사회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이제라도 정의롭게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권 씨 어머니가 쓴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함께 올렸다. 이 글 제목은 '하룻밤 새 사라진 수술실 CCTV 설치법,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정부는 계속 뒷짐만 지실 겁니까?'이다.

권 씨 어머니는 "내 자식이 왜 이렇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이 담긴 수술실 CCTV 영상을 500번 이상 봤다"며 "너무 고통스러웠고 내 삶의 가장 큰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병원은 마치 공장처럼 수술실을 여러 개 열어 놓고 동시에 여러 명의 환자를 수술했고, 원장은 수술하다 나가 버리고, 대신 다른 의사가 들어와 대리 수술을 하더니, 그 의사마저도 나가버리고, 간호조무사가 무면허 의료 행위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실체를 CCTV 영상을 통해 알고 나니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수술실에 CCTV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비록 내 아들의 인권은 처참하게 유린당해 억울하게 죽었지만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지난 겨울 5개월 동안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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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 어머니는 "이후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수술실 CCTV 설치법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너무 감사해 눈물이 났다"며 "그런데 다섯 명의 국회의원이 하룻밤 새 철회하면서 그 법안이 폐기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의사도 많지만 일부 나쁜 의사들에 의해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받는 상처가 너무 깊고 넓기에 환자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의료사고 예방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억울하고 허무하게 자식을 먼저 보낸 이 한 많은 어미가 수술실 CCTV 설치법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내 아들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조금이라도 예방하고자 이렇게 호소하며 청원 글을 올린다"며 "정부는 무자격자 대리 수술을 근절하고, 수술실이 성폭행·성추행 등 인권 침해가 없는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일부 환자와 의료사고 피해자 등은 대리 수술 근절과 의료사고 은폐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의사 단체 등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수술의 질이 저하되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권 씨 어머니가 올린 청원글은 12일 오전 9시 기준 1만 1600명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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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