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 동성애자입니다” 한 서울대생의 너무도 가슴 아픈 사연

2019-06-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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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형벌을 받는 것일까요”
“치료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제발 날 치료해줘요”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저는 남자 동성애자입니다.”

한 서울대생이 지난 6월 12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서울대 학력, 지금까지 모은 돈 다 필요없다”고 했다. 한국인 동성애자로서 글쓴이는 현재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글쓴이가 올린 글을 소개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그 사람과 잘 될 일말의 가능성조차 꿈꿀 수 없는 것, 그 사람에게 게이만 보면 토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맞장구쳐줘야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잔인하고 저주스러워요. 저도 다른 사람들, 특히 부모님에게 축복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러한 형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 동성애는 후천적이고 치료 가능하다는 몇몇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제발 저 좀 치료해달라고.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대 학력, 지금까지 모은 돈, 다 필요없어요.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라", "동성애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 대상도 아니다" 댓글에 이런 말들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무책임하게 그런 말을 내뱉는 여러분들이 세상을 바꿔 주실 건가요? 동성결혼 합법화 시켜주고 호모포비아를 없애 주실 건가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당사자는 저고, 저는 이 사회가 바뀌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제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대신 겪어 주실 건가요? 이 사회가 저 혼자 노력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저는 차라리 제 자신을 바꾸는 편을 선택할거에요. 게이인 것을 숨기고 여자와 결혼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저와 여자분 모두에게 평생 불행을 가져올 것 같아요. 저는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진심으로 느껴보고 싶어요. 이런 치료가 가능한 곳은 정말 없을까요? 인터넷에서 이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정신분석학 교수님의 상담실을 겨우 찾아냈지만 상담료가 6개월에 400만원이래요. 저에게는 꿈도 못 꿀 돈이죠. 아니면 남성호르몬 주사라도 맞으면 여자가 좋아질까요? 요즘 이런 고민들로 너무 괴로워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중에도 좋아하는 남자애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 제가 너무 싫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대숲.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당부하자면 "자신을 사랑하세요"같은 류의 무책임하고 영혼 없는 댓글은 제발 달지 말아주세요.>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