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4) 열리는 홍상수 감독 이혼재판의 결과가 아주 중요한 뜻밖의 이유

2019-06-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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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받아들이면 원인 제공자도 이혼청구 가능 '파탄주의' 채택하는 셈
한국 민법은 원인 제공자의 상대에게만 이혼청구권 인정하는 ‘유책주의
“결혼생활 이어가는 것 사실상 무의미” vs “어떤 식으로든 책임 물어야”

홍상수(왼쪽) 감독과 배우 김민희. / 뉴스1
홍상수(왼쪽) 감독과 배우 김민희. / 뉴스1

홍상수 감독과 아내 A씨의 이혼재판 선고가 오는 14일 열린다. 법원이 홍 감독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홍 감독이 청구한 이혼소송 판결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홍 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지 2년7개월 만이다.

홍 감독은 2017년 3월 영화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주연 여배우 김민희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번 재판이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법원이 홍 감독의 손을 들어줘 이혼을 허락하면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민법은 배우자가 동거ㆍ부양ㆍ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질러 이혼 사유가 명백하면 상대 배우자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부정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1965년 9월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를 채택한 최초 판례다.

문제는 결혼 생활이 사실상 파탄이 난 까닭에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면 원인 제공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도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15년 9월 15일 대법원은 유책주의에 대한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놨지만, 당시 대법관 13명 가운데 6명이 결혼 생활이 이미 파탄 났다면 실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홍 감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둘러싼 법리적 합의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법조계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는 편이다. 대중은 대부분 홍 감독이 혼인생활 중 다른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는 데 대해선 대체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의 혼인생활이 사실상 파탄이 난 만큼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김의성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이 사랑을 하고 있는데 누가 잘못했냐고 말하는 것이 너무 웃기다. '죽어도 좋다. 우리는 이대로 좋아할래'라면서 달려가는 그 모습이 예쁘다. 속사정은 어떻게 일일이 다 알겠나"라고 말하며 홍 감독과 김민희의 사랑을 긍정했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홍 감독과 김민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결혼은 상대와의 약속이고 이기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신성한 약속을 깬 데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내놓는 이들은 ‘법원이 파탄주의를 택하면 배우자가 싫증이 날 경우 쉽게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는 풍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