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녕” 죽음 앞둔 인하대생이 헤어진 연인에게 남긴 편지 (+답장)

2019-06-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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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북에 올라온 내용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희귀성 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인하대 학생이 헤어진 연인에게 편지를 썼다. 상대 역시 답장을 보내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6월15일과 16일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사람들을 울렸다.

8개월이 지난 지금도 SNS에서 화제다.

인하대 학생은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며 편지를 시작했다.

그는 "나는 태생이 평범하지 못해 항상 평범한 삶을 원해 왔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늙어가는 그런 인생을 꿈꿔왔다'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신은 나에게 너라는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일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나는 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자신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아마 너는 영영 모를 테지"라며 "나는 무굔데 너를 만나 신이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틀에 한 번꼴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졌던 그 날, 누군가를 그리 미워해 본 적 없는 나는 신을 진심으로 미워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어쩐지 너무 잘 흘러간다 했던 내 인생에 희귀성 질환, 원인도 고칠 방법도 없는 병이 자리 잡았고 그걸로서 내 삶은 평범해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너는 그렇게나 아픈 눈을 하고 이유를 물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사실 수백번 고민했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그 글자들에 가시가 돋아 내 목구멍을 아주 따갑게 만들었고 견뎌내야 할 너를 생각하면 그 가시 돋은 말들을 다시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곁에 꼭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그 새벽이, 내 코에 호스를 꽂고 몸에 주사 구멍을 3-4개씩 내는 그 순간보다 더 아팠다"며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의 너는 곁에 새로운 사람도 있고 내년이면 유학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감이지만 나는 오늘 사망동의서를 쓰고 왔다. 긴 시간 동안의 싸움 끝에 마지막 싸움을 해보려 한다"며 "동의서 내용을 천천히 읽고 어쩌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네가 제일 생각이 났다. 아니 사실 작은 세포 덩어리와 싸우는 기간 내내, 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잊은 적이 하루도 없다"고 했다.

그는 "고맙다. 평범하지 않은 내게,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사랑뿐이라고 알려준 너를, 아마 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니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나는 비가 되고 눈이 돼 종종 너에게 찾아갈 테니 너는 그저 행복만 해라. 이제 진짜 안녕, 안녕"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앞둔 인하대 학생 편지 전문이다.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안녕. 너에게 건네는 인사가 이제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 이번 인사가 정말 마지막 일 수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웃는...

게시: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이 내용을 본 옛 연인은 답장을 남겼다.

그는 "너와 내 사이에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서 연락 왔었다"며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 나는 캡처된 너의 글을 읽었고 세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은살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살을 파내어 다시 상처를 내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나는 아직도 너와의 기억을 먹고 산다. 안타깝지만 내 곁에 새로운 사람은 없다. 얼마 전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마음을 표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너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라고 했다.

그는 "그래 네 말대로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 다음 생은 네 말대로 하자. 대신 이번 생은 내 마음대로 할 거다. 나는 마음 먹었고 작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네가 있는 병원으로 갈 예정이다. 병원과 호실을 말해주지 않으려는 네 측근에게 전화해서 우는 와중에도 또렷이 말했다"며 "너는 내가 필요하고 나도 네가 간절하다고, 그래서 우린 이번 생에 꼭 만나야 한다고. 이번에는 도망가지 마라. 혼자서 무서워하지도 마라.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들로 널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러니까 우리 딱 죽기 전까지만, 그때까지만 사랑하자. 우리에게 내일이 허락될지 허락되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너 그냥 나랑 오늘을 살자"며 "가는 건 내가 할 테니 넌 그냥 앞에 선 나를 꼭 안아주라. 그거면 된다. 이렇게 많은 언어들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보고 싶다, 이 네 글자가 전부다"라고 말했다.

답장 전문이다.

#답장???? 너는 우리 그때 봤던 영화 김종욱 찾기를 기억할까. 마지막 임수정이 안녕에는 세 가지 안녕이 있다고 그랬는데, 그래서 내가 너무 슬프고 후련다고 난리쳤는데, 그때의 너는 이해가 하나도 안된다고...

게시: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2019년 6월 15일 토요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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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