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역주행 사고'로 숨진 동생 위해 글 썼더니 친모가 한다는 말이…”

2019-06-22 12:00

add remove print link

유가족이 “친권법을 바꿔달라”며 쓴 국민청원 글
유가족 “친모가 '청원글 올리느라 바빴겠네'라고 쏘아붙였다”

숨진 예비신부 최 씨 영정사진. 사진 속 최 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 뉴스1
숨진 예비신부 최 씨 영정사진. 사진 속 최 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 뉴스1

조현병 환자가 몰던 역주행 화물차와 충돌해 지난 4일 숨진 최 모 씨 친엄마가 유가족이 쓴 국민 청원글을 보고 한 말이 전해졌다.

22일 뉴스1이 최 모 씨 유가족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22일은 최 씨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결혼식을 올렸을 날이다. 최 씨가 사고 전 지인들에게 전한 청첩장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라는 이해인 수녀의 시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단독인터뷰]'역주행사고' 예비신부 유가족 “30년만에 나타난 친모 괘씸”

뉴스1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최 씨 친모에 관한 얘기를 전했다. 유가족들은 "친모가 사망보험금에 대해 논의하자고 얘기하다 이후 우리 연락을 피했다"며 "이후 (우리가 쓴) 국민청원글을 본 친모가 '청원 올리느라 바빴겠네'라고 쏘아붙이듯 전화가 왔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친모는 그 아이의 직장에 찾아가 퇴직금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사고가 났던 대전 모 병원까지 찾아가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갔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는데도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최 씨 작은 언니 박 모(39)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 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조현병 역주행사고 예비신부의 언니입니다. 자격없는 친권은 박탈해주세요.
사실 박 씨는 숨진 최 씨 외사촌이다. 최 씨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최 씨는 1살 무렵부터 박 씨 가족과 함께 살았다.

박 씨는 청원 글에서 "저희 부모님을 비롯해 모든 가족이 동생을 친가족이라 생각하며 함께 살았다"고 했다. 그는 "동생 친모라는 사람은 이혼하자마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우리 동생을 위해 내민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박 씨는 "(친모쪽) 집안에서 동생 장례식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친권이 무엇이고 부모가 무엇입니까. 우리 동생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어도 저렇게 엄마 행세를 하면서 왔을까요? 혹시나 불구가 됐다면 우리 동생을 보살폈을까요?"라고 했다.

박 씨는 "사는게 힘들어서 몇년 연락이 없을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안본지) 10년, 20년이 넘으면 친권을 박탈해야한다"며 "이런 친권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씨가 쓴 청원 글에는 현재까지 약 5만 2000명이 동의했다. 청원 마감일은 다음 달 19일이다.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으로부터 청원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면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사고 현장 / 연합뉴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