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5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는데… 뭔가 심상찮게 흥행 중인 이 영화

2019-06-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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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 뜨거운 입소문 타고 장기 흥행 예고
상영관 수 확대… 영화평론가·관객들 한결같이 호평

'행복한 라짜로' 한국어판 포스터
'행복한 라짜로' 한국어판 포스터
영화 '행복한 라짜로'의 초반 기세가 심상찮다. 지난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23일까지 5000명에 가까운 관객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관객 수가 변변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영화의 상영관 수는 고작 35개였다. 지난 20일 개봉한 작품 중 가장 상영관 수가 적다. 하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 속에서 높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더니 기어코 일을 낼 기세를 보이고 있다. 좌석 점유율에선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 영화를 수입한 슈퍼픽쳐스의 박상백 대표는 24일 위키트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좋은 작품인 까닭에 관객의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24일일부터는 CGV강변, CGV신촌, CGV인천이 상영관에 추가되고 상영회차도 상향 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본 영화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 영화 내용처럼 기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송경원 <씨네21> 기자는 이 영화에 9점(10점 만점)을 매기며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신작. 이탈리아의 역사, 사회문제를 통찰한 뒤 독특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냈다. 다분히 동화적인 접근이지만 기반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냉철히 포착하는 리얼리즘의 흐름 아래 놓인다. 초월적이라 할 만큼 순수한 라짜로를 통해 구조적 모순을 부각시킨다. 오래된 것들로부터 발견하는 미래. 보이지 않는 것, 인식하지 못했던 진실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영화의 힘. 라짜로 역의 라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선보이는 순백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씨네21>의 김혜리 기자와 이용철 기자는 각각 “오래된 것들로 만든 계시 같은 영화”, “기적, 성스러운 바보와 만나다”라는 평과 함께 역시 9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매겼다.

8점을 매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얼굴과, 마술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영화. 신약성서의 모티브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이 땅의 가난한 자들에 대해 바라본다. 제목의 '행복한'이라는 형용사가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라짜로의 순수한 영혼은 그런 시비를 잠재우는 힘을 지닌다”라고 평가했다.

누리꾼 ‘씨네필’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다음과 같은 평을 올리며 10점 만점을 매겼다.

“작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으로 봉준호의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인 알리체 로르와커의 작품. 나는 작년에 <행복한 라짜로>가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연코 이탈리아 영화사에 남는 걸작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여운을 느낀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그 몇 배 이상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주인공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영롱한 눈망울에 반하게 되고 말 것이다. 보기 드문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인 이 배우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꼭 볼 필요가 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필견작. 초강추!”

'행복한 라짜로'의 선전은 작은 영화의 반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6월은 여름 성수기인 까닭에 대작들이 개봉하는 시기다. 특히 ‘행복한 라짜로’가 개봉한 시기인 지난 19일과 20일에는 무려 11편의 작품이 한꺼번에 개봉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수백 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행복한 라짜로'가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거장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제작자를 자처한 '행복한 라짜로'는 지난해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54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51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제90회 미국비평가협회상 등 유명 영화제에 초청돼 숱한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즈, LA타임즈, 사이트앤사운드 등 유수의 매체는 그 해의 '베스트영화 톱 10'으로 '행복한 라짜로'를 선정한 바 있다.

'행복한 라짜로'는 사회와 차단된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담배 농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았다. 상상하기 힘든 스토리 전개로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린 영화 '겟아웃'처럼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종교적일 정도로 숭고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기이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부를 때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훔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속 중요 인물인 후작 부인을 연기한 니콜레타 브라시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도라를 맡아 한국 관객들에게도 그 얼굴이 익숙한 배우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