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쩌나…” 리더십 큰 상처 입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2019-06-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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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원내대표 국회 정상화 합의안 당내 의원총회서 추인 거부 후폭풍
“의총에서 합의문을 부결시킨 것은 더 큰 협상 권한 줬다고 생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여러모로 큰 상처를 입었다.

나 원내대표가 24일 들고온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은 때문이다.

3당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은 각 당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한다’, ‘추경은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는 등이었다.

이게 만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됐다면 지난 4월 5일 본 회의가 열린 이후 80일동안 공전해온 국회 정상화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등안 국회는 '일 안하는 국회' '쌈박질만 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국회의원들을 향한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형편이었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정국이 펼쳐진 이후 오랫동안 국회 밖을 떠돌면서 국민들의 국회를 향한 그런 비난이 한국당에 더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나 원내대표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3당 원내대표 합의안에 서명했을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한국당 의원총회는 서명한 지 채 두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를 보기좋게 부결시켜 버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은 각 당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문구에서 '합의 정신에 따라'라는 대목의 의미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원내 협상을 책임지는 나 원내대표로서는 우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다른 두 당 원내대표들의 눈에 '허수아비'로 비쳐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의 당내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긴 마찬가지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합의안으로 당이 얻은 게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 자체에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한국당 내 일각에서 나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였다니 '불심임'의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해 12월 취임 이후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며 6개월 넘게 제 1야당의 대여 투쟁 전선을 이끌어온 '전사(戰士)'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난 '전상(戰傷)'을 입은 셈이다.

나 원내대표가 어제 의원총회 후 “실질적으로 지금 합의문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만으로는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처리’를 믿기 어렵다는 게 당내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한국당의 원내 협상 책임자로서 발언치고는 많이 궁색해 보인다.

이어 “의총에서 합의문을 부결시킨 것은 저에게 더 큰 협상 권한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나 원내대표의 말에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것이 지금의 한국당 분위기다.

home 윤석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