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려 키보드로 써서 미안합니다” 초등학생이 국가유공자에게 받은 답장

2019-07-11 16:29

add remove print link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정성을 담아 작성한 답장
“우리 후손은 평화와 풍요 누리며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국가유공자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청와대 페이스북
국가유공자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청와대 페이스북
한 초등학생이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편지를 받은 국가유공자는 초등학생에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답장을 보냈다. 국가유공자는 손이 너무 떨려서 손편지 대신 '컴퓨터 키보드'로 답장을 썼다며 미안해했다.

지난 11일 한 SNS 이용자는 "초등학생이 국가유공자에게 편지쓰기를 했는데 받은 답장"이라며 트위터에 답장 내용을 공개했다. 이 내용은 2000개(11일 기준)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국가유공자는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학생의 편지를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위문편지를 받아보고 처음 받아본 학생의 위로가 이 88세의 할아버지의 가슴에 파도를 치며 상상하기도 싫은 전쟁에서 피로 물들었던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라고 했다.

그는 "나는 일본의 식민지 시절 군국주의에 몸서리치며 살다가 해방의 기쁨도 나누기 전에 6.25 전쟁에 군에 지원해 최전방 강원도 금화지구 돌출부에서 인민군과 마주하며 전투를 한 사람입니다. 6.25 전쟁 동족끼리 총을 겨누고 죽여야만 되는 전쟁, 그 폭탄이 무수히 쏟아지고 총알이 사람의 가슴을 스치며 피로 물든 산과 골짜기마다 전우들을 버리고 살아남은 자로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칩니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짊어질 든든한 국가의 기둥이 되리라 믿으며 지금 대통령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평화는 우리에게 더욱더 번영된 나라가 되며 지옥의 전쟁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끝이고 우리 후손들은 평화와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리라 믿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은 역사는 배우되 그 비참했던 혼돈의 역사는 지우고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 나라를 짊어질 큰 사람이 돼주길 바랍니다"라며 "나도 손으로 편지를 써야 되는데 손이 떨려서 키보드로 써서 다정감이 없어 미안한 마음이니 학생 양해 바랍니다"라고 했다.

국가유공자가 초등학생에게 보낸 답장 전문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