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날...” 한 드라마가 에필로그에서 다룬 '묵직한 추모'

2019-07-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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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닥터탐정' 구의역 김군 추모
곽동연 “모든 청년들이 이유 없이 아프지 않길”

드라마 '닥터탐정'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 군 사건을 언급하며 그를 추모했다.

곰TV, SBS '닥터탐정'

김 군 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28일에 일어났다.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군이 승강장에 진입하는 열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로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바 있다. 유품인 김 군 가방에서 저녁 식사 거리로 보이는 컵라면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SBS '닥터탐정'
SBS '닥터탐정'

김 군은 스크린도어 수리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서울시는 사고 후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직영화해 외주업체 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지난 18일 SBS 수목 드라마 '닥터탐정'에서는 김 군을 모델로 한 외주업체 비정규직 정하랑(곽동연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뤘다.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몸이 힘들어도 쉬지 않고 일했던 정하랑은 2인 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 하다 선로 밑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사고가 터지자 TL그룹 측은 개인적인 과실에 의한 사고라고 은폐하기 위해 CCTV 영상에 비친 사고 전 무언가를 마시는 정하랑 모습을 음주로 몰아갔다. 이웃에 살며 그를 봐온 도중은(박진희 분)은 그가 사실은 세척제로 쓰인 노말핵산에 의한 중독으로 손에 힘이 빠져 청소를 하던 중 선로로 떨어지게 됐다는 걸 밝혀낸다.

방송 후 에필로그에서는 김 군을 추모하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남겼다.

"3년 전 우리는 그곳에서 또 다른 하랑이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혼자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열아홉 청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은 열아홉 김 군의 빛나는 젊음과 남은 가족의 삶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제대로 된 끼니는 고사하고 라면 한 그릇조차 먹을 수 없었던 김 군의 마지막 하루는 생일을 몇 시간 앞둔 날이었습니다. 7시간만 더 살아있었다면 스무 살이 되었을 김 군에게 축하대신 추모를 전해야 했던 3년 전 그 날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하 뉴스1
이하 뉴스1

정하랑을 연기한 배우 곽동연 씨는 19일 인스타그램에 "세상의 수 많은 하랑이가, 김군이, 모든 청년들이 이유 없이 아프지 않길"로 시작하는 글과 함께 '닥터탐정' 촬영장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잘못 없이 좌절되지 않길 마음 깊이 바랍니다. 젊음,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그 이름대로 아름다울 수 있기를. 마음 편히 꿈꾸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닥터탐정'을 끝내며"라고 덧붙였다.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이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