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자기들이 착각해서 계산 빠트린 텀블러를 제가 훔쳐갔다며 신고했습니다”

2019-07-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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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착오로 계산 누락하고선 손님을 절도죄로 고소…검찰에서 무혐의 처분
본사는 모르쇠…손님은 해당 매장을 무고죄로 고소

한 커피 전문점에서 직원 실수로 계산 누락한 텀블러를 손님이 훔쳐갔다며 신고했다 무혐의로 종결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지점과 본사 측은 사과 하나 없었다. 해당 손님은 무고죄 고소로 맞대응했다.

A씨가 위키트리에 전한 자초지종은 이렇다. A씨는 지난 7월 1일 새 직장 출근 첫날 경찰로부터 '절도죄 신고를 받았으니 경찰서로 와서 조사를 받아라"는 출석통보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를 신고한 건 엔제리너스 수유역점이었다. A씨가 5월 18일 이곳을 방문해 텀블러를 훔쳐갔다고 엔제리너스 측이 신고했다는 것이다.

엔제리너스 수유역점 / 엔젤리너스 공식 홈페이지
엔제리너스 수유역점 / 엔젤리너스 공식 홈페이지

A씨는 황당하고 억울했다. 텀블러와 음료를 함께 구매하면서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했을 뿐, 텀블러를 훔친 사실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유명 카페 텀블러를 모으는 게 취미였던 A씨는 그날이 엔제리너스 첫 방문이었다. 유명 일러스트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이 전시된 걸 발견하고 그대로 계산대로 가져갔다.

A씨가 경찰과 주고받은 문자 / 이하 A씨 제공
A씨가 경찰과 주고받은 문자 / 이하 A씨 제공

A씨는 계산 당시 분명히 "이 텀블러를 살건데 음료도 살테니 여기에 담아달라"고 말했지만, 직원 측 착오로 계산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에 계산 누락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결국 사건은 검찰에서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처분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A씨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경찰 수사로 인한 압박감, 수치심 때문에 새 직장은 출근 하루 만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유죄 취급하는 등 비인격적 대우를 했다고도 말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A씨가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사건 처분결과
A씨가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사건 처분결과

A씨는 엔제리너스 본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사과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해당 점장이나 직원이 형사적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으면 고객이 어떤 피해를 봤든 본사가 관여할 바 아니다. 개인끼리 알아서 처리해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언론에 제보하고 싶으면 하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평소 텀블러 수집이 취미였던 A씨. 맨 왼쪽 상단이 문제가 된 엔제리너스 제품
평소 텀블러 수집이 취미였던 A씨. 맨 왼쪽 상단이 문제가 된 엔제리너스 제품

결국 A씨는 변호사와 상담 후 해당 매장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계산했던 직원은 처음에는 '손님이 텀블러를 훔쳐갔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무고죄 고소 후에는 '손님이 자기 물통을 가져온 줄 알았다'라고 번복했다.

A씨는 "본인 계산 실수를 덮으려고 남의 인생에 빨간 줄을 그으려 했다"며 분노했다.

위키트리는 엔제리너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엔제리너스 수유역 점 측은 "저희는 답변할 수 없으니 본사에 문의하라"고 했다. 본사 측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