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려주세요” 부산 화장실 가스누출 사고당한 여고생 언니가 쓴 글

2019-08-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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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횟집 화장실 들어갔던 여고생
피해자 언니, 페이스북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남겨

사고가 난 화장실 / 부산경찰청
사고가 난 화장실 / 부산경찰청

정화조 유독가스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고등학생 언니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부산 수영구청에 책임을 물었다.

지난 2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 10분쯤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회센터 화장실에서 여고생 A(19) 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건물 정화조에서 배출된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흡입했기 때문이다.

A 양 일행이 쓰러진 A 양을 발견했고 이들을 본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A 양은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A 양 남자친구 B(19) 군도 당시 A 양에게 인공호흡을 하다 잠깐 기절하고 심하게 구토했다. B 군은 "인공호흡을 할 때 A 양 입에서 퀴퀴한 가스 냄새가 올라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자신을 A 양 언니라고 밝힌 B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B 씨는 "공유해서 널리 퍼트려주세요"라는 당부도 함께 실었다. B 씨 지인들도 댓글을 통해 이 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B 씨는 "동생은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라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라고 했다. 이어 "(동생이) 의식 없이 거의 평생 침대에 누워야 하는 상태까지 왔다. 혈액 상태도 좋지 않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담당 의사 말을 전했다.

B 씨는 "우리 가족은 형사, 부산 수영구청 직원 2명과 그 화장실에 다시 갔다"라며 "세면대 옆에 있는 하수구에서 황화수소가 발생됐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장에서나 오폐수처리장 정도의 농도가 발생하는데"라고 덧붙였다.

B 씨는 구청 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B 씨는 "당시 구청 직원은 (화장실에) 환풍기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대답뿐이었다"라며 "우리 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라고 했다.

B 씨는 "광안리라는 관광지에 인체에 해로운 기체와 올바르지 못한 관리로 인해 쓰러진 제 동생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B 씨는 "동생이 태어나서 (가본) 먼 곳이라고는 수학여행이 전부"라며 "너무 억울하고 마음이 아프다. 한순간에 동생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겼다"라고 했다.

B 씨는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와 한순간에 억울하게 피해자가 된 우리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어 "부산 수영구청에서 관리하는 상가 지하 화장실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B 씨는 이런 내용을 담아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글은 다음달 4일 마감된다. 7일 기준 1만 5000여명이 동의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