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가 찍었다!] 포항 호미반도 둘레길 따라 걷다보면 “여기가 바로 천상”

2019-08-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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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수려한 한반도의 꼬리…기암과 바다의 하모니 절묘
팔팔 뛰는 물회 등 먹거리도 풍성... 일본가옥거리, 등대박물관 등 역사문화적 향기 그윽

해안반도 호미둘레길 안내판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해안반도 호미둘레길 안내판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바다는 역시 동해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여름철엔 동해의 인기가 특히 대단하다. 맑고 푸른 바다는 물론이고 그와 어우러진 금빛 백사장은 생각만으로도 피서객들을 설래게 한다. 서해도 남해도 제각기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름 바다는 동해가 단연 으뜸이다. 당연히 동해를 따라 유명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포항은 대표적인 동해안의 피서지다. 하지만 요즘은 해수욕장만 가지고 피서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피서객들의 기호도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욕만 즐기러 오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히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고 백사장을 밟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먹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주변의 빼어난 풍광을 곁들인다면 더없는 피서가 될 것이다.

상생의 손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상생의 손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포항의 시원한 바다를 두르고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이같은 피서객들의 취향을 저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반도의 꼬리에 해당하는 포항은 예부터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일출명소인 호미곶은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혔다. 영일만 해안을 따라 최근 조성된 호미반도길은 심신을 치유하는 산책로로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포스코 인근에서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 도구해수욕장,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장군바위,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까지 이어진다. 호미반도 동쪽 해안길을 따라난 해파랑길까지 포함하면 전체 길이가 58㎞에 달한다.

신라촌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신라촌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호미곶에서는 바다에 설치된 조형물인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인근 바닷가를 걷는 것이 방문객의 필수코스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는 새천년 기념관이 서있고 북쪽으로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호미곶 남쪽의 구룡포에는 앞바다에서 용(龍) 아홉 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 구룡포항 뒤편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일본식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조성돼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 뒤 언덕에는 최근 조성된 과메기문화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과메기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 모형으로 소개하는 홍보관, 구룡포의 특산물 꽁치와 청어를 줄에 엮어 말려 과메기를 만드는 장면과 파는 식당이 재현돼 있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전경(귀비고와 영일대가 보인다)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전경(귀비고와 영일대가 보인다)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2000여 년 전 신라시대 해와 달의 빛을 회복한 ‘일월정(日月精)’ 연오랑과 세오녀의 ‘삼국유사(三國遺事)’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 테마공원이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 동해 해변에 살던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 간 뒤 해와 달이 사라졌는데, 이에 놀란 사람들이 세오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더니 다시 밝아졌다는 이야기다.

그 비단을 보관한 곳을 귀비고(貴妃庫)라 하며 제사를 지낸 곳을 도기야(都祈野) 일월지(日月池)라고 했다. 도기야는 지금의 동해면 도구리이고 일월지는 해병제1사단 내에 있다.

귀비고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귀비고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일월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일월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현대적 해석에 따르면 당시 신라의 제철기술과 비단 등 직조기술을 가지고 감으로써 일본(이즈모 지역)에서는 연오랑 세오녀를 지역의 군주로 추대하고 숭상했음을 알 수 있듯이 포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고 발전시켜 창조적 가치를 재창출한다는 것이 공원조성의 목적으로 알려져 있다.

공원에는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벽, 한국전통 뜰, 인공폭포, 영일만과 포스코를 조망할 수 있는 2층 누각인 일월대를 비롯해 초가집으로 재현된 신라마을, 스틸아트 페스티벌 수상작이 전시돼 있다.

쌍거북바위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쌍거북바위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특히 연오랑 세오녀가 타고 간 듯한 65t에 달하는 쌍거북 바위는 앞면은 두 마리의 거북이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고 뒷모습은 잉어모양으로 거북과 잉어의 모습을 동시에 품은 바위는 부귀와 장수, 자식운과 학업성취의 기를 준다는 설이 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가는 길은 포항시 동해면 포항공항 입구에서 구룡포로 가다가 약전교차로에서 929번 도로 호미곶 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2㎞ 정도 지점에 있다.

등대박물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등대박물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

호랑이 모습을 닮은 한반도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포항 호미곶에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은 산업기술의 발달과 시대적 변화로 사라져가는 항로표지시설과 장비 그리고 등대원들의 생활용품, 등대 업무관련 기록문서 등을 영구히 보존·전시하고 그 역사를 조사 연구하기 위해 1985년 2월에 개관됐다. 전국 유일의 등대 전문 박물관으로 매년 100만 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있다.

박물관은 유물관, 체험관, 등대 역사관, 야외전시장과 테마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유물관에는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 등대 역사는 물론 세계 최초의 파로스 등대와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 등대를 3D 영상으로 볼 수 있고, 빛과 소리 그리고 전파를 이용한 등대장비들을 유물로 살펴볼 수 있으며, 등대업무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디지털홀로그램 디오라마·등대 업무일지·등대원 근무복 등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등대역사관에는 고대 항해에서 항로 개척과 문명 발달과정이 전시된 ‘항해의 시작 공간’과 대한민국 등대와 세계 주요 등대 등 고대부터 현재까지 항로표시(등대) 기술의 발달과 변천과정이 소개된 ‘등대역사 공간’, 시대별 등대 건축의 다양성과 구조적 특징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등대건축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체험관에는 등대 블록 쌓기와 등댓불 밝히기, 바다의 내비게이션 코너 등으로 구성된 아날로그 체험과 나만의 등대 만들기, 멀티터치게임, 실감나고 스릴 있는 선박운항 시뮬레이션, 등대여행 포토메일 보내기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공기사이렌 나팔과 공기 압축기, 등부표, 장거리 무선항법 송신 장비, FRP등대 및 태양광발전장치 등을 볼 수 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구룡포읍에 자리하고 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일제강점기 때 수산물 확보를 위해 진출한 일본인 어부들이 부(富)를 축적한 뒤 상인(商人)으로의 신분 변화를 하면서 자리를 잡고 거대한 규모의 상가를 이루었던 골목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본식 가옥 50여 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인 집단 거류지였던 장안동 골목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직도 일본풍이 물씬 풍겨난다. 실제로 수년 전 모 방송국의 인기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일본거리 촬영 때 이곳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이 촬영 세트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일본인 가옥거리 끝자락에는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있다. 이 건물은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 일본식 목조 가옥이다. 그는 구룡포에서 선어운반업으로 크게 성공해 부를 쌓은 사람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운반해 건축했다고 한다.

구룡포근대역사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구룡포근대역사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이 가옥을 포항시가 매입해 최근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다. 건물 내부에 ‘부츠단’, ‘고다츠’, ‘란마’, ‘후스마’, ‘도코바시라’ 등 일본의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1,2층 전시장에는 녹이 슨 재봉틀과 다리미, 군데군데 찢어진 창호 등 낡은 일본 유물들도 100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은 일본식 건물의 구조적·의장적 특징을 잘 갖추고 있어 한국과 일본건축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그 가치가 크다.

과메기 문화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과메기 문화관 / 위키트리대구경북본부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

​일본인 가옥 거리 뒤 공원 위쪽에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이 세워져 있다. 구룡포과메기 산업특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과메기 문화관은 과메기의 체계적인 연구 및 품질관리를 하는 연구센터와 과메기 홍보관, 해양생태관 및 각종 체험시설 등을 갖췄다.

1층에는 특산품판매장과 다목적전시실, 체험교실이 마련돼 있고, 2층은 해양체험관, 과메기연구센터가 들어섰다. 또 3층에는 과메기 홍보관과 과메기 문화관이 설치돼 과메기 산업과 음식 등을 소개하며, 4층은 포항운하를 출발해 구룡포항에 도착하는 가상 제트스키와 야외전망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따라 바다에 취하고 역사와 문화의 향기에 취하고 주변 풍광에 흠뻑 빠지다보면 올 여름 더위는 이미 온데간데 없는 먼 과거가 돼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 훌륭한 피서가 있을까 싶다. 더욱이 둘레길 끄터머리에서 만나는 살얼음 덮인 물회 한 그릇에 지상인듯 천상인듯 환상 속으로 빠지지 않을 장사가 있을까?

home 정준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