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전 이재용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베의 행동 이미 예상했나

2019-08-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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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반도체 경기 어떻습니까” 묻자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뉴스1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주셨으면 합니다. (반도체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내놓았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반도체 제조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당시 문 대통령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시 발언이 뒤늦게 새삼 주목을 모으는 까닭은 이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커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까지의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 부회장의 대답이 다소 뜬금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예상하고 있었다면 이 부회장 발언의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내년 2월이면 한국 반도체의 ‘탈일본’이 가능해진다고 전하고 ”사실은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해 훨씬 전부터 재고를 확보하고 해외 공급망 물색에 나선 게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라인 구축에 참여한 한국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 중 한 명인 만큼 박 회장 발언의 무게감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발언 후에도 이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30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대통령께서 종합반도체 강국의 비전을 제시할 때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면서 “굳은 의지와 열정, 끈기를 갖고 1등을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면서 “시스템반도체산업의 성공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등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선 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회의를 열어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3년 동안 180조 원의 투자계획과 4만 명 채용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삼성은 4차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집행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달라”라면서 종합 반도체 1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일본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파고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