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누리 구한 달관이도 마찬가지” 군견 복지 논란 일고 있는 이유

2019-08-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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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반려견 사료 가격 1/3도 안돼, 군견 20% 건강상태 나빠
마약탐지견·검역탐지견…현장 수의사가 사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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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을 찾아낸 군견 '달관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군견이 ㎏당 1800원짜리 사료를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견 사룟값을 두 배로 올려달라고 국방장관에게 요청했다.

김 의원은 "조은누리 양을 실종 11일 만에 발견한 것은 군부대 군견인데 ㎏당 1800원짜리 사료를 먹여서 되겠는가"라며 "200만원짜리 개를 구입해 제대로 먹이지 못하니, 군견의 20%가 비실비실해 치료를 받고 요양 중"이라고 질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의 경우 7~10여만원대(10~15㎏) 사료를 먹고 있다. 군견 사룟값은 일반 가정의 1/3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일부 2~3만원대에 판매되는 국내 저가 사료도 판매되고 있지만 이는 강아지공장이나 식용개농장,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급여용으로 판매된다. 국가 사역견인 군견들의 활동량이 더 많지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얄캐닌(사진 왼쪽) 대형견용 사료 10kg은 7만8000원, 내추럴발란스(사진 오른쪽) 13.6kg은 1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 뉴스1
로얄캐닌(사진 왼쪽) 대형견용 사료 10kg은 7만8000원, 내추럴발란스(사진 오른쪽) 13.6kg은 1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 뉴스1

실제 군견병 출신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군견들에게 저급 사료를 먹이다 보니 변 상태가 안 좋다'며 '입찰 방식이 질보단 양(가격)에 맞춰져 있다 보니 좋은 사료 먹이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군견 사료 품질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해 온 조우재 제일사료 수의영양연구소장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행정과 현장의 괴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견 사료 수의계약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조 소장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료관리법상 등록 기준인 영양성분의 함유량을 표기하고, 대상이 되면 이중 제일 낮은 입찰가를 올린 업체가 선정된다"며 "하지만 정작 군견이 해당 사료를 잘 먹는지, 소화를 잘 시키고 변 상태는 괜찮은지 등을 확인하려면 현장에서 6마리 이상의 개에게 2주일 이상 급여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료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현장의 군견병이나 수의사가 아닌 군수사령부나 조달청"이라고 지적했다.

군견에 맞춘 입찰 방식이 아닌, 입찰 방식에 군견을 맞춰야 하는 꼴이다. 반면 관세국경관리연수원 마약탐지견센터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탐지견 센터 등은 사료를 선택하는데 현장에 있는 수의사 또는 운영요원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조 소장은 "마약탐지견이나 검역탐지견 등은 현장 수의사가 많은 개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탈이 없는 사료를 먹이려고 한다"며 "반면 군견은 육해공 중 수의사가 제일 많지만 정작 사료업체 선정에 있어선 현장 담당자들에겐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론 공정성이 보장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최저가낙찰제' 방식을 고수할 경우 저가 품질의 사료가 들어갈 확률이 높다"며 "군견 사료의 평가, 선정, 계약에 있어선 전문가인 수의사와 훈련 교관에게 권한을 주고 정해진 예산내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가라고 해서 품질이 안 좋은가라는 질문에 조 수의사는 국내 '사료관리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법상 조단백, 조지방, 조회분, 조섬유, 칼슘, 인, 수분 7가지 영양성분 함유량를 표기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반면 해외의 경우 7가지 영양소 외에도 미네랄, 비타민 등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 유럽반려동물산업연방(FEDIAF)에서 권고한 영양소의 최소 함유량을 갖춰야 한다.

또 국내의 경우 중금속,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등 안전성과 관련된 항목을 조사하는 '자가품질검사'에 있어서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자가 검사를, 시설이 없으면 정부가 정한 기관에 의뢰를 할 수 있다. 즉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마리의 군견을 키워서 훈련하는 데 1억 이상이 들어가는데, 건강관리를 잘 해서 군견의 작전 기간을 늘린다면 그만큼 새로운 군견을 훈련하는데 드는 수십억, 수백억의 비용이 절약되는 셈"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군견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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