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그때마다 화들짝 놀라서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가 있었다

2019-08-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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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광복절… 독도는 우리 땅]
유정희 작가 “일본인들, 패전 트라우마와 범죄자 후손이란 열등감에 시달려”
“이 콤플렉스를 치료하려고 작품에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는 세계관 투영”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제국주의 전범국가 일본 정부을 규탄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제국주의 전범국가 일본 정부을 규탄하고 있다. / 뉴스1
최근 일본 유명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 작가 사다모토 요시유키(57)가 일본군 위안부를 기린 평화의 소녀상을 “더럽다”며 비하했다. 사다모토의 발언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폭발한 한국인 대다수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과 작가, 작품이 배출한 나라를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없진 않다. 작품은 작품대로 보고 작품을 만든 작가가 잘못을 했다면 별도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작가는 동떨어진 존재일까. 역사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유정희 작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해 출판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는 유 작가는 13일 위키트리에 사다모토의 망언을 꼬집는 입장문을 보내왔다.

유 작가는 일본인들의 의식에 대해 “패전 이후 일본인들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자 패전국 국민들로서 또한 독일과는 다르게 전범 세력을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항상 패전 트라우마와 범죄자의 후손이라는 의식을 가슴속 깊이 묻어둔 채 열등감을 갖고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작가는 일본인들의 만화나 소설 등 문화 콘텐츠엔 항상 이러한 패전과 범죄자의 자손이라는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만화 속 깊은 곳에 이를 투영하거나 항상 양가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절대선과 절대악이 없다’는 의식을 항상 만화 속에 투여하는 습관이 있다고 유 작가는 밝혔다. 유 작가는 “이는 자신들의 죄에 대한 변명이자 패전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에 따르면 일본 만화의 전설이라는 ‘드래곤볼’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사이어인(일본인)인 손오공과 베지터는 전후 착한 일본인과 아직 남은 우파 일본인을 상징한다. 항상 앉아서 겉 매너는 좋지만, 잔인한 본성을 갖춘 작은 체구의 프리더는 오직 일본인 시각의 미국과 원폭을 개발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상징한다. 아울러 프리더의 파워볼로 파괴된 혹성 베지터는 원폭을 맞은 일본을 상징한다. 그 밖에도 많은 부분에서 드래곤볼은 일본인의 패전 트라우마와 범죄자 콤플렉스에 대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유 작가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듯이 현대 일본인들은 전쟁 피해자인 한국, 중국 등이 일본의 과거 악행을 드러내 공격하면 상당한 경기를 일으킨다”면서 “애니메이터 사다모토가 평화의 소녀상을 ‘더럽다’고 망언을 뱉은 것은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란 책에서도 밝혔지만 일본 경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버리고 여유를 갖고 일본이 전후 얼마나 많은 패전 트라우마와 범죄자의 자손이라는 치욕스런 열등감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힘들고 힘겹게 살아가는지 인식해야 한다”라면서 “실제로한국인들과는 다르게 일반 일본인들은 할리우드에서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도 여유를 즐기며 못 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을 이러한 약한 내적 상처를 잘 알고 이를 잘 활용해 일본의 도발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역사학자이자 고고학자, 법사학자다. 경북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동양고대사를 전공했다. 미국 텍사스 리버럴알츠 대학교 중 하나인 미드웨스턴 주립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했다.

저서 및 해제·감수서로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하왕조, 신화의 장막을 걷고 역사의 무대로’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 등이 있다. 법사학 관련 논문도 저술했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라는 책과 이 책의 저자인 유정희 작가.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라는 책과 이 책의 저자인 유정희 작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