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상반기 영업이익 2001억원... '빅3' 매출 총합의 2배

2019-08-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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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스·위플리'로 공유경제 플랫폼 구축…“과제는 포트폴리오 분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반기 지난해 연간 매출과 맞먹는 2001억원 매출
방탄소년단 한팀으로 이뤄낸 실적이란 점에서 경이적이란 평가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지난해 연간 매출과 맞먹는 수준인 2천1억원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지난해 641억원의 3분의 2 수준에 육박한다. 3대 기획사인 SM·JYP·YG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수치의 2배에 달한다.

22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M은 매출 2천904억원·영업이익 67억원, JYP는 매출 655억원·영업이익 152억원, YG는 매출 1천428억·영업손실 20억원의 실적을 냈다.

다량의 가수와 콘텐츠를 보유한 3대 기획사와 달리,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한팀으로 이뤄낸 실적이란 점에서 경이적이란 평가다. 증권업계에선 빅히트가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방시혁 대표는 전날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회사 설명회에서 빅히트의 제2라운드를 열고 음악 산업 혁신을 위한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특히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한 중심축으로 플랫폼 사업을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공유 경제를 미래 캐시카우로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빅히트는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비엔엑스를 통해 지난 6월 팬 커뮤니티 위버스와 팬 커머스 플랫폼 위플리를 선보였다. 앞으로 위버스와 위플리만 켜면 티켓과 MD(팬 상품) 구매부터 숙박·교통 결제까지 모든 게 가능한 '음악 산업계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IT업계 출신 음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SNS와 유튜브 등을 소통과 마케팅 툴로 활용했다면, 이젠 방탄소년단이란 원천 IP의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자사 플랫폼으로 결집해 소통과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플랫폼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는 시장 흐름을 읽고 니즈를 충족시키는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BTS 위버스 / 위버스 캡처
BTS 위버스 / 위버스 캡처

빅히트가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IP'(지식재산권) 사업을 지목한 것도 주요 포인트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초대형 팬덤과 슈퍼 IP의 가공할 힘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치가 높은 IP는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인접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이 가능해 게임 등의 산업에선 이미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방 대표도 한국인의 하루 평균 음악과 게임 소비 시간이 비슷한데도 게임 시장 규모가 10배 더 큰 것은 "음악 산업이 그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빅히트가 브랜드와 스토리텔링 IP를 접목할 분야는 웹툰,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경계가 없다. 이미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게임, 완구 등을 성공시켰고 내년 하반기 방탄소년단 세계관에 기반한 드라마도 공개한다. 최근 멀티 플랫폼 음악게임 전문회사 수퍼브를 인수해 음악과 IP 기반 게임을 개발할 역량도 확보했다. 향후 카테고리별 대표 브랜드와 협업해 라이프 스타일 제품까지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그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IP 활용 사업이 전개됐지만, 실상은 IP 제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티스트 브랜드는 영속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향(向) IP 사업으로 가는데 취약점이 있어서다. 최근에도 YG엔터테테인먼트 관련 브랜드 가치가 리스크를 만나 추락하는 사례를 봤다. 그런 점에서 빅히트가 아티스트 브랜드뿐 아니라 작가와 시나리오를 개발해 스토리텔링 IP 기반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차별점이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문 씨는 "그간 가요계가 수세적으로 단순 IP 활용 차원에서 그친 건 아티스트의 영속 가능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며 "빅히트는 이런 맹점을 알기에 사람(아티스트)을 넘어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브랜드화의 초석을 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방 대표도 IP 사업 핵심으로 "아티스트를 통해 생성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이를 영속적인 브랜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텔과 합작한 방탄소년단 인형 / G마켓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텔과 합작한 방탄소년단 인형 / G마켓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빅히트의 당면 과제는 방탄소년단 쏠림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는 일이다. 지난 3월 데뷔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당분간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팀이다.

그로 인해 상반기 빅히트는 레이블 체제를 위한 구조 개편을 가속화했다.

CJ ENM과 합작 법인 빌리프랩 설립,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의 자회사 편입, 지난달 영입한 민희진 브랜드 총괄(CBO)의 신규 레이블 설립 등 멀티 레이블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인기 그룹이 소속된 또 다른 기획사 인수합병설도 나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신인 걸그룹 데뷔조 구성을 위한 글로벌 오디션 계획을 밝혔다.

한 유명 기획사 본부장은 "방탄소년단에 온전히 집중된 구조는 아무래도 불안 요소가 있으니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사가 펼치는 모든 사업의 근간은 결국 좋은 콘텐츠인데, 프로듀서(방시혁)가 이끄는 빅히트는 기본 가치에 대한 소신은 그대로 갖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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